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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04.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5(마니산)

민족의 영산 마니산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프로이상이 산지로 구성되어 있어 등산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진면목을 다 살펴보았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각 도시마다 명산하나씩은 꼭 존재하기도 하고, 산마다 수많은 이야기와 사연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하지만 도시전체를 둘러보는 일정 속에서 등산을 스케줄에 포함시키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산은 거진 올라가는데 반나절은 잡아야 하고, 등산을 하다보면 숨이 가빠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운동을 하고 있는 건지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도 종종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도에 와서 마니산을 오르지 않는다면 강화땅에 대한 이해가 절반으로 줄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마니산은 비록 472m의 낮은 산이지만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서 정상의 전망이 아주 빼어남은 물론 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첨성단이 있어 마니산을 반드시 가봐야 한다.

한때 산악회를 만들어서 100대 명산 오르기에 도전했었는데, 마니산도 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당시 멀다는 이유로 가보질 못했고, 산악회도 흐지부지 되었지만 이번 탐방을 통해 가볼 명분이 생겨 더욱 기대가 되었다. 높이가 낮은 편이고, 비교적 코스도 단순해 마니산을 조금 우습게 봤었지만 역시 산은 높이가 낮아도 산이다.

1000미터의 기라성 같이 높은 산들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지만, 대부분의 높은 산들은 해발고도를 조금 치고 올라가는 높이에서 시작해서 그럭저럭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마니산은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마니산만큼 높은 산이 없고, 맨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기에 상당히 힘이 든다.

산악회 활동을 한지 오래되었고, 그동안 쌓여있던 게으름과 나태함 덕분에 몸은 더욱 무거웠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발 한발 숨차게 올라오며 관리를 소홀히 한 나의 몸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강화땅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정상을 향해 오를수록 어느새 발아래 주변이 훤하게 보인다.

어느새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우리 민족의 성지이자 해마다 전국체전이 열리는 참성단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현재는 출입금지지만 멀리서 지켜보면서 기운을 담아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니산의 경치는 높이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100대 명산에 들어갈만큼 훌륭했다. 먼저 강화도의 기름진 평야와 산등성이가 선명하게 보이고, 강화도를 둘러싸고 있는 서해의 바다와 갯벌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저 멀리 아직 가지 못한 교동도와 석모도가 보이고 저 멀리 황해도의 연백평야가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강화도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보이는데 평소와는 달리 비행기들이 나는 모습을 좀 처럼 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하루 빨리 이 모든게 정상화 되어서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마니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슬슬 발걸음을 돌린다. 마니산 자체가 신비로운 기운이 있어서 많은 무속신당들의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는데 나도 여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앞으로의 여행길이 잘 마무리 되었음 하는 바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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