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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03.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4-3 (전등사)

전등사와 온수리

조양 방직이 최근에 강화의 대표명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강화도를 대표하는 명찰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먼저 전등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강화를 넘어 인천, 경기도 서부 일대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사찰이기도 하고, 특히 팔만대장경과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록유산의 거목들과 인연이 있다. 정족산 중턱 삼랑성을 울타리로 두르며 우리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겨주는 전등사로 떠나보자.

강화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답게 삼랑성의 동문과 남문 두 군데서 진입할 수 있다. 나는 삼랑성에서 규모가 크고 전등사의 정문에 가까운 남문을 출발점으로 삼고, 주차장에 내려 조심스럽게 경내를 향해 걸어갔다. 생각보다 비탈길이라 걷는 길이 편하진 않지만 호젓한 숲길과 함께 흙을 밟으며 걸으니 금세 삼랑성의 남문이 눈에 들어왔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랑성은 머지않은 곳에 자리한 마니산의 참성단과 함께 단군신화의 전설이 살아있는 장소다. 전등사를 중심으로 정족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으며, 성벽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강화도가 근대에 들어와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은 만큼 이 장소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의 혈전이 있었으나 양현수 장군이 이끄는 군사의 매복 작전으로 승리를 거두었던 현장이기도 하다.

전등사가 있던 자리가 단순히 불교 사찰을 넘어 위급 시에 대피처로 활용되는 등 무언가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오르막길을 차근차근 올라가 본다. 전등사는 불교가 전래된 시기인 소수림왕 11년(381년)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절 뒤편으로 가면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다고 알려진 정족산 사고가 위치해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등사의 이야기들을 되짚어가며 어느새 전등사의 경내로 진입했다. 다른 산사들도 아름답지만 특히 전등사는 경내의 조경이 아름답다. 절 마당에는 고목들이 적당한 존재감으로 우뚝 서있고, 화단에는 화사하게 핀 아름다운 꽃들이 절의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등사는 옛 건축뿐만 아니라 경내에 진입하기 직전 아랫 공간에 심상치 않은 내공의 현대건축도 존재한다. 옛 고찰들이 사세를 키워본다고 휘황찬란한 거대한 법당들을 새로 지어 사원의 고즈넉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영화의 세트장 같은 속이 텅 빈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전등사는 조금 다르다.
전등사 담벼락 안으로 쏙 들어간 무설전이 바로 그곳이다. 보통 새로 건물을 지으면 확실히 티를 내야 하기 때문에 거대하게 짓는 게 상식이지만, 여기 무설전은 전등사 담벼락 안으로 건물을 파고 들어가 찾기 힘들다. 우연히 발견하게 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기존 사찰과는 다른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현대작품을 전시한 갤러리처럼 탱화와 불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기존 사찰과는 다른 새로운 충격을 받고 드디어 전등사 경내로 들어왔다. 전등사의 시그니쳐 법당이기도 하고, 전등사에서 제일 유명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장소인 전등사의 대웅전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선 중기에 지어졌고, 특히 건물이 고졸미가 있어 아름답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스폿은 대부분 한곳에 집중되어있다. 대웅전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사람 모양의 나무 조각이다. 전설에 의하면 대웅전 건립에 참여한 도편수가 주모와 사랑에 빠지고 혼인을 생각해 돈을 맡겼는데, 주모는 돈을 받고 자취를 감쳤다고 한다. 도편수는 복수할 생각에 대웅전의 처마 네 군데에 지붕을 떠 받치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조각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전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에겐 대웅전 처마 밑 나무조각상을 볼 때마다 도편수의 마음에 대해 감정 이입하며 예술의 불멸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 밖에도 전등사에는 범종, 약사전, 명부전 시왕상등 보물급 문화재가 많지만 대웅전의 나무 조각이 주는 이야기 때문에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이야깃거리와 독특함이 살아있는 강화도 전등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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