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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05.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6

민통선 북단의 섬, 교동도

강화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으로 4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고, 다리 두 개와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 여기가 섬인지 육지인지 실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강화도의 매력은 단순히 섬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독자적인 문화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섬의 명소마다 수많은 매력이 가득하다. 게다가 강화도는 본섬 말고도 부속섬인 교동도와 석모도라는 본섬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의 섬들이 있어 강화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교동도와 석모도는 몇 년 전까지 육지와 떨어져 있어 강화의 외포리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타고 접근해야 했었지만, 본섬과 연결되는 다리가 건설되면서 예전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민통선 안쪽에 위치한 교동도는 여전히 접근이 수월치 않다. 북한의 황해도와 마주하고 있어 큰 홍수가 일어나면 종종 북한의 소와 주민들이 교동도까지 떠밀려 오기도 한다고 하니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는 섬이기도 하다.

우선 교동도로 넘어가기 전에 해병대 검문소에 도착해서 출입신고를 하고, 허가증을 차 문 앞에 놓아두고 이동해야 하고, 교동대교를 넘기 전에 신분증 검사를 한번 더 해야 하니 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다. 우여곡절 끝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건너니 확실히 섬에 도착했단 실감이 든다.

북한하고 접경을 맞대고 있는 섬이긴 하지만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벼는 노랗게 익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평화롭고 아늑한 풍경을 감상하며 섬의 중심부를 향해 조용히 나아간다. 조용하고 특별한 명소도 없던 섬이었지만, 크지 않은 시장 하나 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섬은 더욱 활기가 넘쳐나고 강화를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땅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황해도 연백 군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시장인  '연 백장‘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든 대룡시장이 바로 그 장소다. 세월은 비록 수십 년이 흘렀지만, 옛 60년대 70년의 간판과 골목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영화 세트장과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활발한 장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을 살필 수 있다.

단순히 오래되고 낡은 시장인 줄만 알았는데, 젊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쌀 국숫집도 들어서고 색다른 시도들을 하며 시대의 변화에 조금씩 발맞춰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시장의 본연은 잃지 않은 것 같아 더욱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대룡시장의 입구에는 교동 제비집이라 불리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장은 좁은 골목에 형성되어 있고, 생각보다 크기도 작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간판들과 가게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가는 장소마다 볼거리가 대단하다. 특히 예전 정육점 입구에는 돼지와 소가 도축되어 있는 상태로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생소한 광경을 그대로 목격하며 옛날 이발소와 방앗간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가는 곳마다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동도에서 나는 쌀 등을 이용하여 반죽한 호떡과 꽈배기의 맛이 쫀득하고 반죽이 그대로 살아있어 정말 맛있었다. 참기름 병을 이용한 밀크티도 아이디어가 괜찮았다. 대룡시장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교동도는 대룡시장 말고도 머지않은 장소에 연산군이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를 왔던 터가 남아 있고, 교동읍성이 남아 있어 시장의 여운을 느끼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밖에 북쪽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망향 대가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교동도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는 섬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룡시장이 앞으로도 잘 보존되고 널리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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