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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06.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7(민머루 해수욕장)

강화의 보배섬, 석모도

대학교를 다닐 무렵 계속되는 학업의 스트레스와 취업의 부담감에 짓눌려 지긋지긋한 이 장소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한 대학생의 신분이라 주머니의 사정은 여의치 않았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아 비교적 근거리에 가볍게 다녀올 장소를 찾고 싶었다. 그런 장소가 어딜까 찾아보던 도중 강화도 바로 옆에 위치한 등이 새우처럼 휘어져 있는 석모도가 바로 눈에 띄었다. 서울과 멀지 않으면서 섬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의 환경이 정말 맘에 들어 신촌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바로 떠났다.

대중교통으로 석모도까지 가는 건 역시 녹록지 않았다. 강화읍에서 외포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석모도로 이동하는 여객선을 타서 석모도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포리에서 먹은 밥상의 추억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고, 석모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현재 석모도는 본섬과 다리가 이어져 있어 편하게 차로 왔다갈 수 있게 되었고, 외포리에서 가는 배는 끊기게 되었지만 그런 추억을 다시금 더듬어가며 그때 미처 찾지 못했던 다른 명소들까지 한 번에 찾아보면서 석모도로 떠나려고 한다.

확실히 차를 이용해 떠나는 여행이라 환승의 경로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가는 길은 더욱 편안했고, 시간은 절약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생각의 사유도 그만큼 절약되는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다. 마음의 준비 없이 남의 집 안방을 드나드는 느낌이 들었었다. 마을버스 안에서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수다를 떠는 정겨운 장면과 마을마다 버스가 서면서 보이는 다양한 풍경도 이젠 무심하게 지나친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것들을 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어느덧 석모대교를 지나가 다시 석모도로 입도했다.

수많은 추억이 있는 섬이지만 석모도 하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는 민머루 해수욕장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해안의 한 도시에서 살아왔던 나로서 처음 본 갯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밭이 펼쳐지며 그 아래에는 조개와 꽃게 등 수많은 해양생물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민머루 해수욕장은 갯벌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서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이며 장화를 신고 동심으로 돌아가 진흙놀이를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바다란 가까이서 직접 몸을 맞대며 즐기기보다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아 한없이 바라다보는 존재다. 우리가 살면서 한눈에 많은 것을 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고층빌딩과 아파트 등 각종 건물들, 수많은 인파와 화려한 네온사인 그리고 우리를 유혹하는 전자기기들 그래서 산에 오르거나 바다를 찾아 우리의 두 눈을 시원하게 씻어내는지도 모르겠다.

민머루 해수욕장을 찾은 후 나는 서둘러 언덕 위 전망이 좋은 식당 위로 올라가 한없이 넓은 바다를 감상한다. 바다를 보며 바다에서 나오는 조개 등 해물로 끓인 칼국수와 새우튀김을 먹으며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아낌없이 주는 바다를 뒤로 남기고 다음 여행지를 향해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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