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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07.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7-2 (보문사)

강화의 보배섬, 석모도

보통 우리나라의 섬들은 산지가 대부분이라 급경사가 많고, 깎아지른 절벽으로 인해 기암괴석의 풍경을 즐길 수 있지만, 유독 강화도의 섬들은 평야가 넓게 퍼져있다. 거기서 자라는 쌀과 농작물이 강화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강화의 넓은 갯벌 덕분에 바닷물이 점점 밀려나면서 평야를 만들었지만, 옥토를 만든 건 자연이 아닌 인간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간척 작업은 두 개로 갈라져 있던 석모도를 하나로 만들었으며, 강화 본섬과 따로 떨어져 있던 마니산도 어느새 한 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의 갯벌은 여전히 매우 넓다. 해산물과 농산물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풍부한 강화도였기에 수많은 역사와 문화의 발자취를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석모도 여기저기서 온천수가 솟아나기 시작하고, 각종 매스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허름한 목욕탕 시설이었지만 석모도가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대규모 시설확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미네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보문사 근방에 오픈했다.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쉽고, 특히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평일에는 하루 1000명 주말에는 하루 1400명이 모이는 석모도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모여 기본적으로 한두 시간 대기는 기본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국이 시국인지라 문은 굳게 닫았고, 틈새로 보이는 노천탕은 물이 바닥을 보인채 황량한 풍경만 남았다. 어서 빨리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 석모도가 자랑하는 노천탕의 풍경을 즐기고 싶다.

석모도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바닷길을 건너가야 하는 섬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이끌게 만들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관음성지라고 불리는 천년고찰 보문사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의 양양 낙산사와 남해안의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으로 유명하고, 특히 신비한 석굴법당과 보문사 꼭대기의 마애 관세음보살이 석각으로 세겨져 있어 그 영험함으로 소문나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섬에 위치한 절을 찾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벼 과연 보문사의 명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산자락에 위치한 다른 산사들보다 훨씬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보문사를 다시 찾아야 하는 고민이 되긴 했었다. 그래도 나의 많은 추억이 묻어 있는 장소라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연 보문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넓은 터가 나오고, 바다를 굽이 보는 위치에 보문사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건물의 배치는 비슷했지만 그 사이 새롭게 추가된 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와불을 모셔 놓은 와불전과 오백명의 나한들이 사리탑과 함께 있는 구역들이 추가된 것이다. 중심 건물인 극락보전은 새로 목욕을 한 듯 단청을 새로 칠한 것 같이 보이고, 보문사의 명물인 석실은 여전히 그 자태를 드러내지만 뭔가 방구석 뒤로 밀려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의 풍경은 그대로다. 수백 년 전에도 선조들은 보문사에 올라가 이런 광경을 똑같이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해가 어느덧 자기 일을 마치고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낙조를 감상하고 있었다. 오늘도 자연은 변함없이 제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나의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늘의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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