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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셀로나 Nov 04. 2020

여행처럼 사는 삶의 로망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

직업 바꿔 살아보기 | 바르셀로나 호스트 X 남해 독일마을 카페지기






게스트 하우스 운영 노하우 공유

로망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지난 편, 첫째 날 호되게(?) 육체노동의 인수인계로 게스트 하우스의 민낯을 공개했다. 현실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써 본 이유는 직업 바꿔 살아보기가 취지인 만큼 이 일의 기본적인 힘듦부터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세상엔 나쁘기만 한 것도 좋기만 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달콤한 맛을 더 많이 보는 삶을 살고 싶다면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단점을 보안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오늘은 지난 5년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내 나름 터득한 노하우에 대해 공유해 보겠다. 노하우란 주제를 다뤄보기 위해서는 애로사항에 대한 언급이 먼저 필요하다. 내가 일적인 애로 사항이라 느낀 큰 3가지를 꼽아 보았다.



- 공간을 공유한다. /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하다.

- 일정하지 않은 업무 시간 / 자칫 24h의 느낌이 들 수 있다.

- 힘든 고객 상대 / 모두를 맞출 수 없다.



[ 공간을 공유한다. /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하다. ]

공간적인 부분의 해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외국에서 사는 삶. 이 삶의 가장 큰 로망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여행처럼 사는 삶"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과 로망은 다른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로망이 일이 되었을 때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호스트는 손님의 도우미 역할이기도 하다. 때문에 공간을 셰어 하는 상황에서 일과 일상을 분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처럼 사는 삶의 로망에 한발 다가가고, 손님에게 일정한 온도의 에너지를 꾸준히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방법은 다양하겠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같은 공간 안에서 내 공간을 넓히는 것이었다. 먼저 집을 구할 때 구조를 잘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집 구조 자체가 어느 정도 분리가 되어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스페인 집의 경우는 복도식으로 된 구조가 많이 있다. 나의 게하는 중간 거실을 기준으로 손님용 방과 내방이 대각선 끝과 끝으로 분리되어 있고  중문을 통해 복도식으로 다시 공간이 분리된다. 그리고 방마다  테라스가 나있다. 테라스의 기능은 실내의 소음을 줄여 주고 거실 공간 이외에도 쉬는 공간들이 나누어져 있는 장점이 있다.



첫해에는 내 옆방도 손님을 받았다. 이후 좀 더 개인 공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옆방도 내 공간으로 이용했다. 손님들의 공간과 내 공간이  좀 더 선명히 구분이 되었다. 방이 하나 줄었으니 매출에 손해가 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관광업의 경우 보통 일 년에 2달 비수기(3월과 11월) 그리고 나머지 달이  준성수기와 성수기로 나뉘어 매출이 발생한다. 나는 준성수기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성수기와 비슷한 매출을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 일 년을 기준으로 비수기 2달 이외의 달을 성수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 년 전체의 매출 밸런스를 맞춘다. 결국 방을 줄여도 전체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소규모로 운영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인 것 같다. 비수기 때에는 나도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행을 하면서 유럽의 삶을 즐겼다.








[ 일정하지 않은 업무 시간 / 자칫 24h의 느낌이 들 수 있다.]

시간적인 부분의 해결. 일하는 공간이 내가 사는 곳이 되면 일하는 시간 또한 명확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스트 성격에 따라 이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열린 마음이신 경우가 많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라는 특성상 사람들과 공간과 시간을 셰어 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숙소를 선택하신 분들은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스트가 맘먹기에 따라 일이 되기도 아니기도 한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성격상 사람과 어울림을 좋아하고 에너지가 많은 호스트라면 이 부분에서 정말 행운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면 일하는 시간을 정해두는 게 지치지 않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내가 만든 시간의 나눔은, 육체적인 노동, 손님에게 좋은 에너지로 호스트 하는 부분은 오전 중으로 마친다. 늦어도 2시 이전으로 끝낸다. (7시 일 시작으로 7시간가량의 노동 시간이 된다.) 요리, 청소, 빨래 같은 부분이 육체노동에 해당될 수 있겠다. 그리고 아침 커피타임을 적극 활용한다. 나는 아침에 꼭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손님들이 식사가 끝나는 무렵에 늘 커피를 넉넉히 내렸다. 커피타임 동안 최대한 좋은 에너지로 손님들이 필요하신 정보에 귀를 기울였고  스몰 토크 타임 겸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2시 이후의 시간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관리한다. 체크인이 있는 날, 장을 봐야 하는 날로 크게 스케줄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의 특성상 보통 손님들이 3박 이상 5박 정도를 머무르신다. 다른 소도시들과 비교해서 길게 머무르는 편이다. 장점은 체크인이 매일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체크인과 장 보는 날이 아니라면 퇴근이다. 개인 시간을 가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내 시간으로 사용한다. 또 하나 호스트로써 유럽여행의 장점은 휴양이 아닌 관광이라는 점이다. 관광 중심의 여행은 보통 하루를 가득 채워서 동선을 만들어 이용한다. 아침에 외출하시고 저녁이 되어야 숙소에 들어오시기 때문에 내가 만든 스케줄표와 잘 맞는 편이다. 간혹 낮 시간에 숙소에 계신 분들은 테라스에서 햇살을 받으시던지, 낮잠 또는 책을 읽으시는 등 혼자만의 쉼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녁시간에는 손님들과 맥주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기도 한다. 이때는 호스트이기보다 일행(?) 멤버로 대하려는 노력을 했던 편이다. 내 맘속으로 퇴근을 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모든 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내 컨디션과 케미에 따라 함께 보낸다. 장점은 손님에서 친구로 다가갈 수 있어 좋은 인연들과 좀 더 진정성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면 나에게도 힐링의 시간이 되어 준다. (일상이 되어 버리면 맥주 마시고 수다 떠는 일도 힘들어지고 호스트로서 역할에 너무 충실하면 일로만 느껴져 손님으로만 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케미가 좋은 분들과는 간혹 개인적인 시간도 함께 보내고,  가끔 샹그리아 파티를 주최해 보기도 하고 손님들이 만드신 맥주 파티 자리에 끼여도 본다. 타이밍이 맞으면 음식도 나누어 먹고 친구 같은 에너지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친분이 쌓인 분들 중 꽤 많은 분들이 2번 많게는 3번 이상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몇몇 분은 한국에서도 만남을 가지는 좋은 인연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이 글의 주제인 직업 바꿔 살기 또한 좋은 인연의 손님과 함께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 힘든 고객 상대 / 모두를 맞출 수 없다. ]

100% 모두가 만족하는 숙소를 운영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건 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기본 숙소 규칙을 정해 두는 것이 좋다. 손님과 호스트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손님과 손님 사이에서도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 규칙이 필요하다. 요즘은 개인 SNS를 활용해서도 홍보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홍보를 할 때 숙소의 분위기를 잘 홍보를 하면 손님에게도 정보 제공의 소스가 됨과 동시에 호스트에게도 원하는 성향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0대 대학생 타깃의 젊은 분위기, 파티가 늘 열리는 분위기를 홍보하는 숙소와 30,40대 직장인 타깃에 유용한 정보, 한식 제공과 개인의 시간이 존중되는 점을 홍보하는 숙소의 홍보 방식과 타깃은 분명 다르다. 호스트가 원하는 타깃층을 잘 공략하여 충분한 정보를 잘 제공한다면 조금 더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할 수 있다.


처음 게하를 오픈했을 때는 열정은 가득하고 요령은 부족한 초짜 호스트였다. 내 기준보다 손님들의 요구에 최대한 응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간혹 손님 때문에 힘들거나 상처를 받는 경우가 생겼다.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에 혹여나 안 좋은 후기가 올라올까 봐 신경도 쓰였다. 실제 한 손님과는 오해에서 비롯된 좋지 않은 일로 나쁜 후기를 받아 상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룰과 선들이 생기게 되었고 무리한 요구 사항에는 정중하게 잘 거절을 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후 오히려 손님을 대하는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게 되었고 스스로 모두를 만족시켜 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니 수월해졌다. 게하를 접게 되기 2년 정도 전부터 조인해서 운영하게 된 여행 포털 사이트에서는 후기 평점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할 수 있었고 후기 좋은 숙소 리스트에 선정되면서 예약률을 높여 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숙소를 정리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남겨 주신 메모들은 잘 떼어서 내 추억 상자 안에 넣어 두었다ㅜㅜ 다시 방문해 주셨던 손님분들은 본인들 짐 칸도 부족할 텐데 한국 음식이나 물건들을 섬세하게도 챙겨 와 주셨다. 사랑이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점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로망의 삶에 가깝게 만들어 나 갈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 바르셀로나 생활의 일 막 5년의 모든 것은 바로 이 게스트하우스와 좋은 손님분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3년 살이로 떠나온 나를 6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잡아둔 큰 요인이자, 외국 생활의 결핍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잘 채워주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자꾸 감성적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하에 대한 로망만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일 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기도 한다.(여러 가지 각자의 이유들로) 미래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보고 싶은 계획이 있는 분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발란스를 찾아 운영할 수 있는 팁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경험담의 공유로 이 글의 본질인 바꿔 살기의 진행이 조금 더뎌졌다. 다음 편에서는 그녀와 함께 인수인계의 다음 스텝. 스페인 문화 체험해보기. 손님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직접 체험하고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인수인계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장면을 담아 볼 예정이다. 곧 한국으로 카페지기 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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