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의 나는 나 이상이 되고 싶다. 나보다 더 똑똑한 나. 나보다 더 양심적인 나. 나보다 더 따뜻한 나. 나보다 더 성숙한 나. 나보다 더 순수한 나. 나보다 더 진취적인 나. 나보다 더 재치 있는 나. 나보다 더 웃기는 나. 나보다 더 인기 있는 나. 나보다 더 선망받는 나. 나보다 더 겸손한 나. 나보다 더 유능한 나. 나보다 더 단호한 나. 나보다 더 선한 나.
하지만 덜어내고 더하며 편집되며 덜 솔직해도 되는 나. 그걸 나밖에 모르다가,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으면 결국 나조차도 모르게 되는 나.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언젠가의 문학수업에서 내 비문(碑文)으로 짓고 싶은 말이었다. 마지막에는 내 웃음을 눈물을 찌푸린 미간을 비명을 실소를 뒤가 구린 진심을 가려준 유순한 단어들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진실로 사과하고 싶어서.
<최애의 아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는 평생 거짓말을 하며 살아온 주인공이 죽기 직전 자신의 쌍둥이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와서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게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워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도 말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말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 사랑은 진실이었다고.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방금 쓰고 보니 알겠다. 나는 아직 덜 미안하다는 것을. 진짜 미안해질 때까지 거짓말을 반복할 것이다. 평생 착한 척을 하며 사는 나쁜 사람은 결국 착한 사람인 것처럼 나는 계속 거짓말하고 싶다. 나보다 조금 더 나은 거짓말을 하면서, 너무 티 나지 않게 하면서. 어쩌면 평생.
글이 나를 앞서간다. 저만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