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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hwan Nov 11. 2018

평범함의 특별함 - The Ordinary 디 오디너리

정직함과 진정성을 담은 코스메틱 브랜드 이야기

트러블 없이 매끈하고 하얀 피부는 사람을 호감형으로 보이게 한다. 고3, 호르몬이 왕성할 무렵 나도 피부 트러블 때문에 한참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화농성 여드름이 입 주변에 벌겋게 올라왔고, 색소침착과 흉터까지 남겼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만큼 당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때부터 나는 화장품이나 피부관리 방법에 대해 다른 남자들보다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흉터도 많이 없어졌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하면 올라오는 한 두 개의 뾰루지 정도가 전부지만 여전히 화장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외적으로 아름답고 싶다는 욕구는 나뿐만 아닌 모두에게 유효할 것이다.




성분이 착해야 살아남는다.


체크슈머라는 말이 있다.


확인(Chec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제품 성분과 원재료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최근 소비 행태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한다. 똑똑한 체크슈머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도 ‘착한 성분’을 찾는다.



‘글로우 픽’,’ 화해’등의 화장품 리뷰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가 사려는 화장품의 전성분을 분석하고 먼저 구매하여 사용해 본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를 볼 수 있다. 이런 서비스들은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구매 과정을 바꿨다. 당장 올리브영에 들어가도 점원을 찾아 물어보는 사람들보다 화해나 글로우픽 어플로 스스로 정보를 찾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뷰티 디렉터 피현정의 Youtube 디렉터파이


뷰티 디렉터 피현정의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도 특정 주제의 화장품을 모아 전성분을 분석하고 탈락, 애매, 합격템으로 제품을 나누는 영상 콘텐츠로 여성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무해하거나 불필요한 주의 성분을 빼고 화장품의 착한 성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추세다.



정직함과 진정성을 담아,

The Ordinary의 탄생



디 오디너리 The Ordinary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캐나다의 데시엠(DECIEM)에서 출시한 브랜드다.

인디드 랩스(Indeed Labs), 유오코(EUOKO)등의 브랜드를 성공시키면서 사업가로서의 기반을 다진 브랜든 트뤽스(Brandon Truaxe)는 2013년 데시엠 DECIEM을 창립했다. 초기 10여 개의 화장품 브랜드를 동시에 론칭하면서 그를 향한 주변의 우려도 많았지만 지금은 급변하는 화장품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는 단연 디 오디너리 The Ordinary다.



화장품은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화려한 포장과 과장된 환상을 만들어 팔아왔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다는 화장품도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피부를 좋게 할 수밖에 없는 화학물들이 제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다.


데시엠은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똑같은 전성분과 레시피를 사용면서 혁신적인 제품처럼 포장하고 비상식적인 가격정책을 내세워 화장품 업계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화장품 업계가 더 투명하고 정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 오디너리를 론칭했다.


실제로 디 오디너리는 물질 화학과 생화학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혁신이 정체된 화장품 업계와 맞서 싸우는 동시에 흔하지만 효과가 좋은 포뮬러들을 합리적인 가격(아주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평범함의 특별함


디 오디너리는 뷰티업계에서 이미 흔히 사용되고 있는 효과가 입증된 성분만을 사용한다. 쓸데없는 성분은 최소화하되, 각 제품이 지향하는 목적(이를테면 미백, 주름개선, 수분 보충 등)을 달성하기 위한 메인 성분을 고함량으로 담는다.(아끼지 않는 고함량 때문에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


모두가 평범함이 아닌 특별함을 찾는다면,
역설적이게도 평범한 것은 특별한 것이 된다.


디 오디너리가 그렇다. 대단하고 특별한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제품을 과대포장하지도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고 평범하기 때문에 더 특별해 보인다.


불친절한 제품명.

친절한 사용설명.


제품의 이름도 평범을 넘어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디 오디너리의 제품명은 메인 성분의 이름을 따와 붙인다.

기미, 색소침착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에는 메인 성분인 ‘알파 알부틴 2% + HA’라는 이름을. 카페인을 주성분으로 붓기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은 ‘카페인 솔루션 5%’라는 제품명을 붙인다.


나처럼 성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은 이러한 제품명이 처음에는 불친절해 보인다. 강제로 이 성분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알게 된 성분은 쉽게 잊히지 않고 다른 제품을 살 때에도 성분표에서 보면 반갑다. 주인 없는 성분의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했을 뿐인데, 나는 다른 브랜드의 똑같은 성분명을 봐도 디 오디너리의 제품을 자연스럽게 연상한다. 원래 자기네 들것인 것처럼 말이다.


사용 설명은 친절하다. AM / PM 오전, 오후의 스킨케어 루틴을 추천해주고 성분에 따라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할 제품은 따로 알려준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경우 루틴 순서와 낮, 밤 제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게 스티커도 제공해주는 모양이다.


Regimen 스티커. 데일리, 위클리, 선크림 사용 유무부터 낮과 밤, 숫자 스티커로 순서까지 디테일에 감탄!



대체할 수 없는 가격


온라인 셀렉트샵 29cm는 멋진 콘셉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여 소개해준다. 처음 이곳에서 디 오디너리를 접했을 때 깔끔하고 미니멀한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dropper 형태의 병도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마치 과학자가 된 기분이랄까) 편견일지는 몰라도 당연 고가의 화장품 라인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나의 구매 내역서 - 2개를 구매한 11,800원을 제외하고 제품가가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품은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임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저렴한 가격이라 놀랐다. 광고비나 마케팅 비용을 아껴 비용절감을 하는 대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입소문으로 알려져 왔다. 데시엠은 350명의 직원 중 어느 누구도 마케팅 관련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3명만이 미디어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만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한다. 또 자체 개발부터 생산설비까지 갖춰 원스톱으로 제품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정책이 가능했다.


디 오디너리의 합리적인 가격은 여타 화장품들의 가격이 얼마나 거품 낀 가격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장 국내 브랜드만 찾아봐도 이 가격으로 이 정도의 성분량을 담은 브랜드는 찾기 힘들다.


제한된 용량과 동물실험 반대


디 오디너리의 대부분 제품 용량은 30ml에 한정된다. 이는 방부제를 쓰지 않는 제품 특성상 빠르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세 줄어드는 병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화장품 산업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동물학대'. 디 오디너리는 동물실험에도 반대한다. 국내에서도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은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는 2012년부터 '착한 회사 캠페인'을 진행하며 매년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 리스트, 일명 ’착한 회사 리스트’를 공유하며 소비자들의 인식개선에 나섰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국내 최대 코스메틱 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2013년 5월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후 국내 다수의 화장품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추세다.
 

중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디 오디너리는 동물실험 반대라는 정책을 고수하며 중국 수출은 물론 판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화장품도

이것으로 충분해.



이것으로 충분하다

생활잡화 브랜드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이다. 최적의 소재와 적절한 가격, 더하는 디자인보다 덜어내는 디자인으로 어디에나 어울리는 무난한 생활 제품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다.


과하지 않을 것. 집 안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가전 디자인이 너무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어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 가전제품 브랜드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이다.


어느 날 티브이에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선생님이 “피부는 타고나는 것, 비싼 화장품은 소용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걸 봤다.


화장품의 사용만으로 극적인 피부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저 악화되는 것을 막아줄 뿐이다. 수년 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써본 터라 이 말이 참 공감되었다. 무인양품같이 미니멀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난하게 쓸 수 있는 화장품, 발뮤다처럼 과하지는 않지만 피부가 주인공이 되는 화장품. 우리에게는 이런 평범한 화장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며칠 전 29cm를 통해 주문한 디 오디너리의 제품을 받았다. 7개 정도의 제품을 구매하여 밤, 낮 루틴을 정해놓고 사용 중인데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지만 기능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단한 효과를 바란 것도 아니고 무난하게 매일 쓸 수 있는 기초제품이 필요했던 터라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나는 디 오디너리의 제품을 사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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