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남자주인공 팀Tim을 통해 연인, 가족간의 사랑을 그려 낸 따뜻한 영화다. '로코퀸'으로 불리는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힌다. 잔잔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매력을 뽐내는 이 영화는 여러 장면에서 영국 특유의 문화와 인간상을 찾아볼 수 있다.
곧 죽어도 유머러스하게
의외로 영국인들이 사활을 거는 것은 '유머'다. 쓴웃음이 나오는 썰렁한 아재 개그라도 영국인들은 분위기에 맞지 않게 진지한 것보다는 낫다고 여긴다. 첫 만남에서 메리가 자신을 소개하자, 팀은 "사실 저희 엄마 이름도 메리예요"라는 말로 답한다. 메리가 이름과 잘 어울리는 분이냐고 묻자 팀은 "그런 편이죠. 몸집이 좋으셔서 버나드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셨을 것 같지만요"라고 답한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어쩌라고' 싶은 티엠아이TMI, Too Much Information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쓸데없이 진지한 것보다는 이런 하찮은 유머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긴다.
영국식 유머는 때때로 선을 넘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묘미를 보이기도 한다. 팀은 런던에서 생활하기 위해 아빠의 친구인 해리를 찾아간다. 상당히 시니컬하게 팀을 맞아 준 해리는 "네 엄마는 아직도 앤디 워홀 닮았니?"라는 말로 안부를 묻는다. 영국이 아니라면 자칫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 파격적인 농담이다.
결혼식도 축제처럼
영국에서도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의식'에 가깝게 결혼식을 치르는 우리와는 달리, 영국인들은 결혼식을 철저히 축제처럼 즐긴다. 축제란 참석자 모두가 즐거워야 마땅한 일이다. 오후 일찍 성당에서 치른 결혼 예식을 마친 후에는 뒷풀이 파티를 밤 늦게까지 연다. 모든 하객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 파티에 반드시 참석을 해야 한다.
영화 속 팀과 메리의 결혼식도 전형적인 영국식 결혼식을 보여 준다. 성당에서 간단히 예식을 치른 다음, 모두 야외로 자리를 옮겨 파티를 벌인다. 이때 비바람이 불어 장막이 날아가고 음식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주인공들과 (해리를 제외한) 하객들은 끊임없이 웃고 떠들며 축제처럼 결혼식을 즐긴다.
빠질 수 없는 자기비하
영국 영화에는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자기비하Self Deprecation와 자기조롱Self-Mockery이다. <어바웃 타임>에서도 이 요소들은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다.
메리와 팀이 결혼을 약속하고, 둘은 팀의 본가를 찾는다. 팀의 엄마는 메리를 반기며 "메리! 세상에, 예쁘구나!"라고 감탄한다. 그러자 메리는 "아니에요. 그냥 마스카라랑 립스틱을 많이 발라서 그래요"라며 자신을 깎아내린다. 영화의 초반, 팀 또한 자신을 '빼빼 마른 오렌지 머리'라고 소개한다. 왜 영국인들은 자기를 비하하면서까지 겸손함을 추구할까? 그 이유는 영국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 잘난 척하거나 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 위 포스팅은 《핫하고 힙한 영국》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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