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아버린 아이스아메리카노

by 연일

더운 날씨. 그래도 출근길은 아직 시원할 줄 알았다.

매일 아침 피곤함을 끌어안은채 걸어나왔던 집앞 골목길은

항상 똑같이 스산했고, 어느 때는 스산하다 못해 음침했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색 간판의 24시간 카페.

모두가 잠에 들고 부산하게 준비하고 있을 이 시간에 이 카페만큼은 항상 환하게 골목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단 한가지, "커피 사들고 갈까?"


내가 끌어안은 피곤함을 놓아버리려면 내 손안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와야했고,

가장 마땅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보면 항상 그 끝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였다.


사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뜨겁게 더운날 뿐만이 아니라 훈훈한 공기가 매도는 어느날,

외로움을 자극하는 선선함이 가득한 날, 눈이 부시게 하얗게 추운 날.

어느 때나 어울리는 완벽한 간식이지만 가치가 하늘을 찌르는 날은

오늘 같이 새벽 공기마저 뜨거워진 여름 날이 아닐까 싶었다.


따라서 계절이 피곤함이 문제가 아니라 커피라는 이유 만으로

나의 피곤함을 놓아버릴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그게 커피의 제 역할이지만.)


그래서 내가 커피를 사들고 출근을 했냐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유는 수십가지에 달하지만

잡다한 이유를 제외하고나면 내가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총 2가지로 추려진다.


첫 번째는, 회사에 굳이 돈을 내지 않아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커피머신이 있다는 점.

두 번째는,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녹아버릴 얼음들이 커피의 맛을 밍숭하게 만든다는 점.

이 두 가지는 매일 출근하는 그 짧은 골목길에서 커피에 대한 생각을 접도록 도와준다.




커피는 항상 내 손에 들려있다.

내가 어딜 가든지 물보다 더 많이 찾는 나의 무언가이다.

나와 동화되지 않지만 항상 내 옆에 붙어있던 무언가.


항상 내가 먼저 찾고 맛이 있어도 없어도 나를

잠에서 깨워주고, 진정시켜주고, 시원하게 해주는


지금처럼 더운 날에 손에 쥐고 있으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얼음의 시원함으로

뜨거워진 내 손을 달래준다.


나는 더 꽉 붙잡게 되고, 커피 속 얼음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보면 손과 커피의 온도가 얼추 비슷해져 있을 때 쯤

자신의 냉기로 열기를 식힌 대가로 커피는 맛이 변하게 된다.


밍숭맹숭


그렇게 시원하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빨대로 한입 쫍 빨고나면

밍숭한 맛에 인상쓰고, 커피로 주는 관심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질 때 쯤, 내 손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결국 나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어 바닥에, 하수구에, 잔디밭에

어딘가에 버려지고 나선 잊혀지고 만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망각하고 다시 다가오는 더위에

또 다른 커피를 손을 뻗겠지.


그냥 누가 얼음이 녹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말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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