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다닌 대전의 한 동네에 왔어
연말에 추억을 떠올리려고 온 건 아니고
단순히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였어
적당히라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너랑 마지막으로 만난 그날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장 크게 착각했던 건
시간은 흘렀지만, 그 장소들만큼은 그대로 있었다는 거야
단순히 우리가 자주 다녔던 거리만
피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제야 흔들림이 잦아들던 호수에
다시 돌을 던진 기분이야
우리가 같이 처음으로
이미지 사진을 찍고
서점 데이트를 하고
너가 소개해준 그 덮밥집과
자기만 믿으라며 귀엽게 볼을 부풀리던 곳
왜 하필이면 여기였을까
친구 앞에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심란해진 마음에 괜히 또 너가 생각나
차라리 너와의 추억이 담긴
모든 곳을 다녀야만 해결이 될까
그러면서 동시에 너도 나와 비슷할까
어떻게 하면 될지 아직도 감이 오질 않아
언제까지 이렇게 허덕여야 할까
위로하려고 내민 손으로
감정을 더듬어봐도,
아픈 추억에 손이 까져있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