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다른 하루, 43일

by 연일

혼자 새해를 맞이하는 건 힘들 거 같아

오랜만에 혼자 본가를 내려왔어

그래도 가족들이랑 있으면 괜찮겠지 싶었거든


퇴근하고 늦은 시간 그 먼 길을 거쳐 집에 가는 길목에

추석에 너랑 통화했던 놀이터가 보여

우리 집에도 너의 흔적이 남겨져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빨리 보고 싶어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걸었던 전화였는데

왜 그렇게 우리가 다투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했던 그 서툰 반응이

너에겐 얼마나 서운하게 들렸을까


너의 침묵은 우리 관계를 지키기 위한

혼자 감당해 온 노력들이었겠다 싶어


그럼에도 꽤 오래 우리를 지키려고 했고

나는 누구보다 서툰 우리 둘인걸 알면서도

무슨 생각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가슴을 부풀렸나 싶어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아니라 쓴맛이 나고

그 씁쓸한 잔향이 오래 남아돌아


집에 도착해서도 고요하게 앉아있었어

어떤 말도 집중할 수 없었고

새해 분위기가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적막했거든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짐을 풀고

속으로 너 생각을 하며

그렇게 12월 31일이 지나갔어


잊을 수 없는 1년을 흘려보내고

어떨지 모를 앞으로가 남아있어


그래도 새해니까 좋은 마음으로 우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응원할게

작가의 이전글평소와는 다른 하루, 4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