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기분이 묘했던 날이야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였던 원주 기억나?
그때 내 대학 후배 결혼식에 다녀올 겸 원주에서
뜻하지 않게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를 했잖아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까지 와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해
나도 사실 마음이 불편했거든
후배의 행복한 결혼식에
헤어진 우리가 웃으며 담겨있는 게
혹시라도 기분이 나쁘진 않을까
오늘 만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려 했는데
오히려 본인들이 먼저 괜찮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궁금해했어
난 아직까지 너의 가장 깊고 솔직한 마음은 잘 알지 못해
다만, 헤어지던 날 나에게 해줬던 말을 통해
그리고 헤어지고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어
그랬더니 누구나와 같이 끄덕이면서 응원을 받았을 뿐이야
어찌 보면 기쁜 결혼식의 소소한 뒤풀이인데,
너가 없이 내가 이별이야기를 풀고 있는 이 모습도 기묘하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나한테 누굴 만나볼 생각은 없냐고 하더라
너도 알고 있는 그 사람이야
널 만나기 전에 잠깐 내 후배가 나랑 이어주려고 했던 그 사람
우린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런 진전도 없었던 그 사람
그 결혼식날 우리 셋의 구도가 참 웃겼지, 난 아무렇지 않았거든
물론 너는 괜히 귀엽게 또 입술을 내밀고 질투도 했지만
난 그냥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
너와 함께 있는 그 결혼식부터
끝나고 같이 먹을 뷔페와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아래 이쁠 너
온갖 호들갑을 떨며 출렁다리를 건널 우리
감각적인 미술관 안에서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미소 짓는 모습들이
기대되고 있었거든
근데 오늘 그 친구가 어떻냐는 후배의 말에
난 기분이 참 묘했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 사람이 아니라 너의 반응이 먼저 궁금해졌어
이 말을 들은 너는 어떤 반응을 할까
이제 헤어진 사람이니 나 좋을 대로 해라였을까
그래도 그 사람은 안된다는 말이었을까
너가 무슨 말을 해도 의미를 부여할 나지만
너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당연히 마음에도 없어서
그분과 나는 이미 지나간 사람이라고 대답을 줬어
그리곤 술을 잔뜩 먹고 잠에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