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 읽는 게 재밌어
우리 사귀기도 전 연락만 하고 지냈을 때
나 사실은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독서하는 습관도 없던 내가
한 번에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었었어
너는 알고 있는 책이 많은데
모르는 척 어색해지기 싫어서
한 마디라도 더 웃으면서 엮이고 싶어서
너가 재밌게 읽었다는 그 책들을 사서 읽었어
나는 본 적도 없는, 너가 좋아하는 그 애니메이션
극장판 보려고 개봉 전에 틈날 때마다 찾아봤고
홍콩에 가서도 너가 좋아하는 거
같이 즐기고 싶어서 저녁만 되면 어디도 안 나가고
너의 속도를 따라 맞추려고 노력했어
너는 꽃은 좋은데 생화를 싫어해서
프리저브드 꽃이라는 걸 알아
파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선물했고
너가 좋아하는 연예인 콘서트장에 데려다주고
너가 나오는 그 시간까지도 할 일 없이 돌아다니며
같이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 연예인 사진만 보고 웃고 있었어도
질투는 많이 났지만 그게 너라서 너무 좋았어
너가 좋아하는 게 곧 내가 좋아하는 거였고
나의 취향은 늘 너를 따라갔어
너가 좋아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냥 하루 종일 그것들만 하고 싶었어
그런데 너와 이별하고 나서
나의 취향과 취미가 송두리째 날아갔고
남아있는 건 독서뿐인 거 같아
이상하게 책은 읽으면 그 내용 속에 빠져들어서
잠시 동안은 너가 덜 생각나는 거 같거든
그마저도 다시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면
아직도 너와 함께 맞춘 잠옷을 입고 있는 내가 서있고
저기 구석진 곳에는 너와 함께 찍었던 사진 속의 우리가 웃고 있어
숨기고 숨겨왔지만,
내일은 너가 잠시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