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가둬두기

by 유자깡

일상글을 쓰면서 좋은 점은

사소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꼭꼭 씹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된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제 일상에 의외로 귀엽고 재밌고 행복한 구석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스쳐가는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기록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헬스장을 옮겼습니다.

집에서 도보 15분 거리였는데 5분거리로요.

처음 등록하면 오티를 해주시는데요,

선생님이 저를 강하게 보셨는 지 빡세게 트레이닝 해주셔서 근육통이 장난 아닙니다.

게다가 제가 가는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제가 잘하고 있는 지 지켜보시는 것만 같아 쫄려요..

(자의식 과잉)

새로운 곳으로 옮겼으니 일주일에 2번은 가는 것을 목표로 해보려합니다.

친구랑 2차로 갔던 을지로 어느 맥주집

오렌지 위에 치즈가 올라간 메뉴인데 2차 메뉴로 아주아주 추천합니다.

상큼하고 고소해요.

오렌지를 칼로 조금씩 썰어먹었더니 친구가 비웃었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인데요, 만나면 유쾌하고 편해요.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친구가 꼭 정답은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오래된 친구는 농익은 얘기, 웃긴 얘기, 과거 비난, 흑연애사 파묘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결론은 둘 다 좋다.

싫은 사람은 배척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만 놀자.

어릴 땐 맘에 안맞는 사람들하고도 끙끙대면서 어떻게든 잘 지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에너지가 없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과 보낼 시간도 부족해서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들만 만나려고 합니다.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찝찝함과 의문스러움, 생각이 많아지는 만남은 마음을 무겁게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편한 감정을 주는 사람들이 신경쓰이고,

자책하게 되기도 하지만요.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이곳 또한 을지로의 일본식 주점입니다.

왼쪽 음식,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마 씨앗 이래요. 처음 봤어요.

맛은 짭짤하고 물컹한 콩맛? 슴슴한게 손이 자꾸 가요.

오른쪽은 모찌리도후 같은 건데 도무지 이름이 기억이 안납니다.

달달한데 담백하고 아주 맛있었어요.

퇴직한 회사 직원 포함 회사분들이랑 갔었는데요,

회사에서 결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

회사가 아니라 사회에서 만났으면 더 찐득하고 가까운 친구가 됐을텐데 하고요.

저는 회사에서 만난 인연은 아무리 가까워진다고해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이미지를 챙기게 된다고 해야될까요)

제가 너무 긴장하면서 사는걸까요.

글을 쓰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분들이 퇴직을 하게 되면 또 연락을 이어가면서 친구처럼 지내기도 해요.

좋아하는 우산이나 양산 고장난 적 있으신가요.

고치고 싶은데 요즘엔 수선하는 곳을 찾기도 힘들더라구요.

그러다가 주민센터에서 정해진 기간동안 무상으로 수리를 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아니었고, 거리가 꽤 있었습니다만

놀러가는 겸 겸사겸사 가보았습니다.

작년 여름쯤의 일이었는데 좋았던 기억이라 문득 가져오고 싶었네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문 기술자 분들이 수리해주셨는데요

평일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더라구요.

저도 부러진 양산 말끔하게 잘 고치고 왔습니다.

다녀오고나서 왜인지 기분이 좋았는데요,

양산을 잘 수리해서도 좋았지만

대기하는 곳에서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얘기하시는 모습이나

가볍게 버릴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와서 수리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람냄새 나고 몽글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갔던 아비꼬카레.

한국인답게 파랑 구운 마늘을 두접시씩 떠 먹었답니다.

카레는 주기적으로 생각나서 먹어줘야해요.


웃기거나 울림을 주는 짤들을 모으는

음침한 취미가 있습니다.

저는 행복의 역치가 많이 높은 사람인데요

역치가 낮은 사람들이 아주 부럽습니다.

어릴 땐 저도 행복의 역치가 낮았던 것 같아요.

봄바람 불어오는 것, 맥도날드 감자튀김 같은 것들에도 기뻤습니다ㅋㅋ

지금은 웬만한 고자극이 아니면 행복이 잠깐만 머물다 가는 것 같네요.

현실의 걱정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요.

그럼에도 바뀌는 계절에서 오는 셀렘과

일상에서의 행복 조각을 찾아보려고 노력할겁니다.

어떻든 살아가야하니까요.

그럼 모두모두 뜨끈한 주말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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