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 하루

내가 나를 기다려줄 것

by U정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 사이로 아주 희미한 빛만이 방을 비춘다. 작은 빛줄기에 방을 둘러보면 출근한 남자친구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나는 혼자다.


조용히 이불을 걷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채용 공고를 뒤진다.
암만 뒤져봐도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도 딱히 없다. 무언가를 '고른다'는 행위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구나, 싶다. 자격 요건, 우대 사항.. 몇 줄만 읽어도 마음이 먼저 꺼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마우스는 알아서 유튜브로, 뉴스로, 아무 의미 없는 창들 사이를 떠돈다. 헛헛해진 마음을 밥으로 우겨 넣는다. 이건 식사라기보단 생존이다. 그리고 다시 책상. 다시 웹서핑. 다시 무의미. 가끔은 너무 조용해서 혼잣말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 괜히 음악을 틀어놓고, 관심도 없는 영상을 틀어놓는다. 어떤 소리라도 있어야 내가 좀 덜 고장난 느낌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기만을 기다리고, 퇴근할 남자친구를 기다리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없구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나조차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낼지도, 뭘 느낄지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나를 챙기는 것도,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귀찮다. 내가 어느 순간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만 같은 하루. 그렇다고 세상에서 사라져주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만 그저 그런 생각들이 창밖 구름처럼 쌓인다.


쌓인 생각들이 비가 되어 내리길, 비가 되어 다시 맑은 하늘을 되찾길 바라며 끝없이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다시 머릿속은 비워진다. 그제서야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 저녁을 준비한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둘이 먹을 밥을.




밥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이 지나갔다는 게 다행이기도 하고, 그게 또 서글프기도 하다.


먹고, 치우고, 조금 얘기하고, 웃고.

하루 중 가장 사람다운 순간은 결국 이 저녁 무렵이다.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존재가 조금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커튼을 닫고 불을 끄면,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오겠구나 싶은 예감이 찾아온다. 내일도 나를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내일은 내가 나를 기다려보려 한다. 대충 흘러가는 하루에 나도 따라 흘러가지 않게. 밥을 먹이고, 씻기고, 앉혀놓고, 괜찮았는지 묻는 일들. 늘 하던 일일지라도 깨어있는 마음으로 나를 돌볼 것. 나를 끊임없이 기다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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