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수다, 연애는 뭐냐

by U정

끼리끼리라고 했던가. 내 주변 여자들은 다들 자기가 생각이 많단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인간은 다 자기가 생각이 많다고 생각하는 건지, 혹은 정말 내 주변 여자들만 생각이 많은 건지.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과 떠들곤 하는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이제 내 주변 여자들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생각이 많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도 함께 생각하자고 손 내어본다.




18시, 보통의 퇴근 시간.

이 시간이 되면 전화가 울린다. 화면을 보지 않아도 전화를 걸고 있을 상대가 떠오른다.

받을까 말까 고민한다. 나같은 여자가 또 오늘은 얼마나 떠들까 생각하며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밥 먹기까지 1시간, 빨래는 널었나, 오늘은 밥 하는 데 얼마나 걸리지. 흠 30분이면 가능하려나.

짧은 고민 끝에 휴대폰으로 손을 뻗는다.


뭐하냐는 말을 시작으로, 내가 채 답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말이 쏟아진다. 그러면 나는 흥미롭다는 듯 오늘은 그녀가 어떤 주제로 생각에 빠졌을까 상상해본다.


아니, 연애는 원래 이런 거야? 내가 생각이 많은 거야? 내가 이상한 건가?
오늘은 뭐때문에 그러는데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여자들의 말버릇 "내가 생각이 많나"로 시작해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늦은 밤, 데이트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자친구가 전화를 하지 않는단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야 할 여자친구를 생각하면 전화를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냔다. 생각해 보면 그녀의 말이 맞는 듯하지만 사실 전화를 귀찮아하는 나로써는 그런 전화는 불필요하게 여겨질 뿐이다.


그러면 나는

굳이 전화해야 하나? 잘 들어가면 톡 남기겠지

라고 시큰둥하게 답한다.


그러면 그녀는

아니, 그래. 뭐 이른 시간이면 그럴 수 있지만 밤이었잖아! 늦었잖아!

라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받아친다.


나는 또 생각에 빠진다. 그런가, 내가 멋진 남자친구라면 늦은 시간 들어갈 여자친구가 걱정되서 전화하려나. 아니면 같이 있던 시간에서 홀로가 된 시간을 즐기기 위해 숨 한 번 크게 쉬고 내 삶으로 돌입해버리려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인 인간이라 그런 것까지 해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싶다.

또 그러다가도 "그러면, 그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가"의 문제로 넘어간다.


사랑하면 어디까지 하는 거지. 아니지, 어디까지 해야하는 거지. 그럼 전화고 자시고고 데려다 줘야 하는 건가. 그런데 언제까지나 데려다 줄 수도 없잖아? 나도 상대도 몸이 하난 걸.

근데 하는 게 아니고 해야하는 문제면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사명감에 행하면 그게 사랑해서 하는 게 맞냐는 말이다.


그러면 사랑은 뭐지? 연인끼리는 서로 어디까지 사랑해야 하는 거지.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더 사랑하면 그 관계는 고통인가. 둘이서 정해야 하나. "야, 나 너 87만큼 사랑해. 그니까 너도 한 80에서 90 사이로 유지해."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더 사랑하면 지는 거고, 그쪽이 더 사랑하면 내가 의기양양할 건가.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또 연애는 무엇인가로 넘어간다. 연애는 왜 하는 거지. 그냥 서로 좋아하는 사이. 할 거 하면서 보고 싶으면 보고, 놀고 싶으면 놀면 안 되나. 너 내꺼, 나 니꺼. 라고 엮어두는 이유는 또 뭐지.


생각에 잠겨 말이 없는 나를 어디서 바라보기라도 한 듯, 그녀는 생각 그만하고 말로 뱉으라고 나를 재촉한다.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그래서 걔가 널 안 사랑하는 것 같다는 거야?
계속 그런 건 아닌데, 3주 주기로는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럼 우리는 대단한 형사라도 된 듯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층 진지하게 "사랑의 증거"를 찾아나선다. 자, 이번 사건에선 그가 그녀를 사랑함을 입증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증거가 무엇이 있지. 그러면 이제는 그녀가 생각에 빠진다. 그 애의 행동 하나하나를 곱씹고 뜯어서 나에게 증거를 내민다.


자, 부모님한테 일단 우리 관계를 이야기했어.
그리고, 내가 하는 요구들을 순순히 다 들어줘.
또...


나는 그녀가 내민 증거들을 꼼꼼히 따져보며 사랑하네, 아니네를 따진다. 그러다가 그런 우리 모습이 웃겨져서 됐고, 헤어지자는 말이 입밖으로 나올 것 같지 않으면 생각 그만하고 만나 하고 오늘의 생각을 끝맺는다.


생각하면 끝없이 쏟아질 주제임을 알아서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생각을 끊어버리는 게 필요하다. 아니면 우린 밤새 떠들어 댈 게 뻔하니까. 그렇게 떠들고도 각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잠 못 들 거니까.


결국 사랑도 생각처럼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매번 그 답을 찾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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