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테마: 크리스마스 Christmas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것은 뻔하다. 거기에 로맨스와 가족, 전통이란 수식어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뻔해진다. 그렇지만 그러한, 클리셰로 뒤범벅된 영화가 보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반전 없는 행복한 엔딩을 보고 싶을 때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유독 이런 영화가 보고 싶어 진다.
왜일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기력이 소진되어서였다.
한 해를 버틴 마지막 달, 이번 해가 가기 전에 밀린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마지막 달 만은 조금이라도 쉬고 싶다는 간절함이 뒤엉키는 달이 12월이었던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미 방전 직전이니 편안한 영화가 끌릴 수밖에.
수많은 ‘행복한’ 영화들 중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 Christmas Inheritance>를 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었으니깐.
이 영화의 주인공, 엘렌의 첫 등장 장면. 엘렌은 파티장 한가운데서 구두를 벗는다. 빨간 미니 드레스를 입고 파티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공중제비를 돈다. 그야말로 가볍게, 폴짝!
이런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라니. 사랑스럽지 않을 리가.
이 영화는 로맨스의 범주에 들어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인공은 '편지를 전하라'는 시련을 통해 통해 부모님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학습하고, 그 가치의 원천인 마을에 받아들여진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한국에서 번역된 제목 ‘크리스마스 인 스노우’ 보다 원제인 ‘Christmas Inheritance’가 더 잘 어울리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로 멋진 남자 주인공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봐서는 안 된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착한 것이 최대 장점이나 여주도 꽤 성격이 좋다 보니 그조차도 묻히는’ 정도의 존재감만을 드러낸다. 종반에는 ‘이대로 둘이 안 이어지고 끝나도 꽤 해피 엔딩이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괜찮다. 남주의 허술함 쯤, 주인공의 매력이 다 커버해 주니깐.
뻔하지만 포근한, 사랑스러움.
그만큼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건 아무래도 없다.
Oldies, but goodies.
가끔은 이 말이 맞기도 하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