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즐거울 수 있는 건 : 매직 캘린더

12월의 영화 : 크리스마스

by 유진



매직 캘린더 : 크리스마스를 부탁해 The Holiday Calendar











어드벤처 캘린더(Advents kalender). 어린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하루에 하나씩, 달력의 날짜에 붙은 선물을 떼어보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12월, 크리스마스를 위한’ 달력인 셈이다.

이 달력만으로도 매력적인데, 거기에 몇 가지 수식어가 더 붙는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로맨스그레이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이어주었던 추억의’ ‘마법을 부려줄 것만 같은’ 이란 수식어들.

이러니, 달력의 존재만으로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그랬다. 내가 <매직 캘린더 : 크리스마스를 부탁해 The Holiday Calendar>를 본 이유는 순전히 달력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원래 다 가지각색 아니겠는가. 예쁜 드레스를 보겠다는 이유만으로 <마리 앙투와네트>(2007)를 보러 갔던 사람이라면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12월은 내게는 버티기 힘든 달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예쁜 것을 봐야만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비는 무척이나 평범한 여성이다. 재벌가의 상속녀도 아니며, 성격이 엄청나게 좋지도 않고, 재능을 단번에 인정받는 기회를 얻지도 못한다. 사진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가족은 그녀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고, 스튜디오에 일자리를 얻지도 못하고, 크리스마스 행사 사진가로 근근이 돈을 벌어 살아간다. 썸을 탈 듯 말듯한 소꿉친구도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라, 이해심 많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한없이 지질해지기도 한다. 제목만 보고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달력의 마법은?이라고.

그‘마법의 달력’이 데려와 준 인연이라 생각했던 남자는 “노숙자에게 연애 어드바이스를 들어요?”라는 말이 편견에 가득 찬 말인지도 모르고 내뱉는 사람이다. 그러니 굳이 다른 걸 보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달력의 마법은, 없다.

그런데도 애비가 매력적인 것은, 그녀가 하루하루를 꿋꿋이 버티며 꿈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애비는 사진을 찍는다. 인정받지 못해도 찍고, 또 찍는다. 자신의 사진을 만들어 나간다. 애비의 벽 방에 차곡히 걸려있는 사진들은 별 설명 없이도 애비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크리스마스가, 축제가 즐거운 이유.

애비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 기쁜 이유.

이 두 가지는 닮아 있구나. 영화를 보고 나서 그렇게 생각했다.

어드벤처 캘린더는 크리스마스로 다가가는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작은 기쁨들을 모아서, 큰 기쁨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크리스마스 하루만 즐기자, 하는 마음은 아닌 것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의 기쁨을 위해, 차곡차곡 마음을 다스려 간다. 내일은 더 큰 기쁨이 올 것임을 믿으면서.

아비 역시 그렇다. 내일의 기쁨을 믿는다. 언젠가 찾아올 성공을 위해, 매일을 쌓아 나간다. 어드벤처 캘린더처럼 기쁨만이 준비된 하루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루하루, 매일이 중요하다. 축제란 그 ‘매일’ 이 있기에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
무척이나 당연하지만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
반짝이는 달력의 빛이 되찾아 와 준 선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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