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이면 어떻습니까 : 브리짓 존스의 일기

1월의 테마 : happy new year

by 유진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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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으레 하는 것들. 새해 계획 세우기. 그리고 그 계획을 적을 새 일기장을 사기.

한때 다이어리를 무척 좋아했다. 이 세상에는 예쁜 다이어리들이 정말 많았다. 그 형태도 어찌나 다양한지. 그뿐인가.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들도 많다. 작고 반짝이고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개미지옥인 셈이다. 연말이면 종종, 계획을 쓰려고 다이어리를 사는 것인지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어느 순간 다이어리를 사지 않게 된 이유.

일기장의 첫 장, 적어 넣은 한 해의 계획을 두어 개도 이루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 브리짓은 새해 첫날 일기장에 다짐을 적어 넣는다. 살을 빼고 완벽한 남자를 만나겠노라. 영화를 보는 사람은 예감한다. 브리짓은 살을 빼지 못할 것이며, 완벽한 남자 역시 만나지 못할 것임을. 그것은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다이어리에 적어 넣은 다짐은, 원래 이루어지지 못하는 법이니깐.

사실 브리짓의 캐릭터는 현실적으로 보이나 꽤, 비현실적이다. 실상 그녀는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뚱뚱하지 않다. 호리병 몸매의 금발 미녀가 통통하고 푼수기 넘치는 노처녀 타이틀을 걸고 연기를 할 때, 그 위화감이란. 저게 통통하다니, 전 세계의 여자들을 다이어트의 늪으로 몰아넣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구나 싶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 설정의 친근함’이다. 다이어트를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과자를 옆구리에 끼고 침대에 누워 먹는 브리짓의 모습. 내 모습을 고대로 영상으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그 친근함.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생각하게 된다. 브리짓은 대단하구나, 하고.

무엇이 대단하냐면 그녀의 회복력이다. 브리짓은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하는 캔디형 주인공이 아니다. 바보짓을 하고 난 후에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고 발버둥을 친다. 일기를 쓰다가 팽개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쓴다.

브리짓은 괴로워하고, 발버둥 치고, 끙끙거리며 잠들었다가도, 다음날은 어떻게든 비척비척 일어나 문제에 부딪힜다. 필사적으로 연인의 뒤를 쫓아 달리고, 형편없는 캐스터로 낙인이 찍힌 후에도 인터뷰어를 찾아간다.

이루지 못한 소망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그 회복력.

브리짓의 체중은 변화가 없고, 사랑을 느낀 남자는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 해서 그것이, 빈 일기장을 계속 채워나가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음을 그녀는 안다.

작심삼일이면 뭐 어때.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아는 것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이번 해에도 다이어리를 사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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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막 발행된 따끈따끈한 신간 에세이 보시고 가세요(소곤)

이렇게 날씨 안 좋은 날에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예쁜 책 보는 게 최고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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