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테마 : Happy new year
철도원 (Poppoya. 1999)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된 첫날.
남자는 눈을 쓴다. 오래된 역사 앞에 쌓인 눈을. 그러다 인형을 줍는다. 어릴 적, 자신의 딸에게 선물했던 것과 같은 인형을.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의 끈처럼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작이 업으면 끝이 없고, 끝이 없으면 시작이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은 그렇게 영영 완벽한 시작도, 끝도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렇다면 죽음은 시작일까, 끝일까.
영화 [철도원]은 이제 곧 폐선이 될 호로마이선에서 평생을 일해온 오토마츠의 이야기이다.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딸과 아내의 죽음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그. 오토마츠는 무척이나 고지식한 사람이고, 그런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도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오토마츠는 철저한 장인정신을 관철하고자 하는 인물이기보다는 ‘그런 성격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보낸 철도의 폐선을 며칠 앞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오토마츠.
그런 오토마츠를 마중 나온, 어린 딸.
그렇기에 오토마츠가 첫차를 기다리며 눈 덮인 선로를 쓰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쌓인 눈을 쓸어내는 오토마츠의 모습은, 꼭 지금까지 발자국 가득한 인생을 쓸어내는 것만 같다.
이제까지 드러내는 법도 몰라 꾹꾹 자국만 가득 남은 인생.
오토마츠는 그 인생을 깨끗이 쓸어내고, 고인이 되어 선로에 오른다.
그것을 보면 어쩐지, 죽음이 끝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든다. 선로에는 언젠가 다시 눈이 쌓일 것이고, 누구든 그곳에 다시 발자국을 남길 것이다. 그것이 오토마츠 본인이 아닐지라도. 오토마츠가 역에 서 배웅했던 수많은 아이들 중 누군가의 발자국이라도. 누군가의 생명이 끝나도, 그 후에 이어지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까.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그 해의 끝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얼마간의 눈이 쌓일지, 그곳에는 어떤 발자국이 남겨질지.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선로를 바라보고 싶어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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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막 발행된 따끈따끈한 신간 에세이 보시고 가세요(소곤)
이렇게 날씨 안 좋은 날에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예쁜 책 보는 게 최고라고요..!!
책을 구입해 주시면 제 창작을 응원해 주시는 일이 됩니다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442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