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것에 집중 : 와즈다

3월의 테마 : 세계 여성의 날

by 유진


와즈다 WADJDA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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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팝송을 좋아하고, 낡은 스니커화를 구겨 신는 걸 좋아한다. 수학을 잘하고, 학교에서는 제법 문제아로 통한다. 아빠와 엄마가 자주 싸우는 게 꽤, 골치 아프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여자 아이다.

이 여자아이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엄마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딸이 자전거를 사고 싶다고 해서. 여자아이가 자전거라니. 처녀막이 터질지도 모르는데! 더 큰 문제도 있다. 남편이 둘째 부인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남편은 둘째 부인을 데려오기 위해 큰 지참금을 내야 하고, 그래서 집에 돈을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한다. 엄마는 외친다. 여자애가, 남자애처럼 굴어도 되는 줄 알아! 그러나 엄마는 사실, 긴 머리를 자르고 싶어 한다. 남편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기르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긴 머리를.

이 소녀와 엄마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이렇다.

여자들은 외출 시 반드시 얼굴을 가려야 한다. 몸도 가려야 한다. 여자들의 몸은 보석과 같아서, 남자들의 눈에 함부로 띄면 안 되니깐. 보석을 간수 못하고 도둑맞으면, 도둑 탓이 아니라 보석을 간수 못한 여자 탓이 된다. 특이하다고? 글쎄. 옷을 야하게 입었으니 그런 일을 당할 만도 하지, 라는 말로 치환해 보면 그다지 특이한 문화는 아닌 것도 같다.

여자는 자전거도 타서는 안 되고, 운전기사 없이는 외출해서도 안 된다. 열 살짜리 소녀가 스무 살 남자와 결혼을 한다. 이것이 원칙인 사회. 그러나 어떠한 여자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당당히 밖에 나가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한다. 어떠한 소녀들은 학교 내에서 동성애적 애정을 나누고, 그로 인해 왕따를 당함에도 꿋꿋하다.

소녀의 이름은 와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이다.

무척 덤덤한 톤으로 진행되는 영화 [와즈다]. 이 덤덤한 영화가 몰고 온 파장은 담담하지 않았다.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제작 기간 동안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개봉된 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23년 만에, 법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원칙은 ‘올바른 상태’를 뜻하지 않으며, 원칙이 더 이상 원칙으로 존재할 수 없는 사회는 변화한다. 그렇기에 [와즈다]의 결말은 인상적이다.

결말에 이르러, 와즈다가 경전 암기 대회에서 읊는 구절은 이렇다.


해악을 퍼트리지 말라는 말씀이 있었을 때

자신이 평화를 심는 이들이라 말하더라.

보라. 실로 그들은 해악을 퍼트리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하노라.


신이, 그들이 믿는 종교가, 경전이 문제일까. 아니면 그것을 자신들의 권력과 편의에 맞춰 해석해, 계급과 차별을 만들어 내는 인간이 문제일까.

이 영화는 희망이다. 서로 부족이 다름에도 -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문제는 부족 엘리트주의와 깊게 맞닿아 있기에, 부족 간 배척도 심한 편이다 - 친구로 지내는 와즈다와 압둘라. 와즈다의 모습을 ‘이상하다’ 고 여기지 않는 압둘라는, 다음 세대에서는 무언가 변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와즈다의 엄마가 와즈다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학습된 억압을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와즈다의 엄마가 그 학습에서 벗어나는 모습. 머리를 짧게 자른 엄마는, 포기와 동시에 벗어나는 법을 배워나갈 것이다.

누구도 단번에 자전거를 잘 탈 수 없다. 넘어지고, 구르며 배워나간다.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능숙하게 쌩쌩 달릴 수 있게 될 때까지.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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