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은 무엇도 없다 : 서프러제트

3월의 테마 : 세계 여성의 날

by 유진


서프러제트(Suffragette, 2015)






가끔씩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퍼뜩 상기하게 될 때.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 가려 버리는 잔혹함의 이유가 고작 권력을 위해서일 때. 내가 여기에 있다 외치는 사람들의 폭력은 폭력이라 비난하면서, 그들이 폭력으로 존재를 입증하기까지 몰고 간 제도와 관습의 폭력은 비난하지 않을 때. 그 불합리함에 놀라면서도, 나 역시 불합리한 차별을 저지르고 있음을 인식할 때.

그것은 차라리 섬뜩함에 가까운 자기반성이다.

서프러제트. 참정권을 뜻하는 서프러지(Suffrage)에 여성을 뜻하는 접미사 ‘-ette’를 붙인 단어이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과 그 운동가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처음에는 《데일리 메일》이 서프러제트를 이끈 시민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결성한 여성 사회 정치연합(WSPU)을 조롱하며 사용되었으나, 후에 오히려 이 운동을 대표하게 되었다.

서프러제트 운동이 실제 여성 참정권 확대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확실한 것은 어떠한 사회운동도, 한 가지 면에서,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이 참정권 운동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는 당시 신문에 실렸던 서프러제트 운동의 컷컷을 상당히 충실히 재현해낸다. 그렇기에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싶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흐름 역시 그렇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해피엔딩일 수가 없다.

그러나 변화될 것을 알기에, 영화의 끝은 절망스럽지만은 않다.

비록 현실에는 엔딩이 없기에, 해피엔딩은 존재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 모드 와츠.

서프러제트 운동에 참가하기를 망설이던 그녀.

그녀가 운동에 참여하게 된 남편과의 대화.

“우리에게 딸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당신과 같은 삶을 살았겠지.”

모드 와츠와 같은 삶. 일곱 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고, 남자 근로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끊임없는 성추행과 성폭행에 시달리고, 심지어 그 사실을 남편도 알고 있고, 남편은 아내가 벌어오는 돈 때문에 그를 묵인하며, 남편에게 재산 분할도 없이 쫓겨나고, 남편은 혼자 애를 못 돌보겠다고 상의도 없이 남의 집에 입양 보내 버린다. 그것이 그녀의 삶.

그녀는 남편의 대답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확실한 것은 모드의 망설임은, 끝났다는 것이다.

사회가 당연하다 말하는 것을 당연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들.

그렇기에 사회는 변한다. 조금씩, 기어가는 듯한 속도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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