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구원 :내 책상 위의 천사

4월의 테마 :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by 유진



* 가능한 스포를 피해 작성하고 있으나, 민감하신 분은 스크롤을 내리지 말아주세요.





내 책상 위의 천사 AN ANGEL AT MY TABLE






세상은 잔혹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겁이 많았을 뿐인 재닛에게.

<내 책상 위의 천사>는 뉴질랜드의 작가 재닛 프레임의 자전적인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곱실거리는 양배추 같은 붉은 머리카락과 통통한 몸. 아픈 오빠에게만 쏟아지는 관심. 가난으로 인한 초라함. 그리고 선천적인 소심함. 그 모든 것이 결합되어 있는 아이. 재닛.

재닛이 어린 시절 경험한 부정과 죄책감.

재닛은 어릴 적부터 시 쓰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그러나 누구도 재닛의 재능을 순수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재닛의 색다른 시어는 ‘바르지 않은 시어’로 취급되고, 독특한 상상력은 ‘현실감 없는 몽상’으로 취급된다. 재닛은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과, 자신만의 세계로 도망치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재닛은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영화의 첫 문장은 ‘나는 쌍둥이였는데, 내 형제는 죽고 나만이 살아남아 태어났다.’ 이다. 그 후로도 연이은 자매의 죽음이 재닛을 덮친다. 재닛이 자매와 함께 가지 않거나, 혹은 재닛을 대신해서 여행을 떠난 상황에서. 그 죄책감은 재닛을 머물지 못하게 한다. 재닛은 점점 도망치고 싶어진다. 현실에서. 사람들의 눈에서.

이러한 재닛의 모습은 회피성 성격장애와도 닮아 있다. 일종의 대인공포증이다. 재닛은 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교사 실습에서 도망치는 등의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닛의 20대는 병원에 갇히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았고, 강제 입원시킨다. 그곳에서 그녀는 수많은 전기충격과 말도 안 되는 치료에 시달리게 된다.

재닛이 태어난 해는 1924년.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보냈던 기간은 1950-60년대였다. 그 당시 사람들은 정신분열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전문적인 치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신병에 걸린 이유는 뇌 안에 회충이 있어서라는 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횡횡하게 이루어지던 때이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그런 환경에서 재닛이 자신을 부여잡고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끈.

그것은 바로 글이었다.

재닛은 병원에 갇힌 채 쓰고 또 쓴다. 밀려오는 공포를 이기기 위해 쓰고, 자신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쓰고, 어떠한 이유로든 그녀는 쓴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쓰는 행위를 통해 구원받고, 재닛으로서의 존재를 놓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이어나간다.

그런 그녀를 보면 응원하게 된다. 언젠가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발견하게 될 거라고. 글이 그것을 당신에게 가져다 줄 것이라고.

책장을 넘기다보면,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많은 책들의 장장을 채워나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책이 되지 못한 글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도 싶다. 누군가의 절실함을 담고 있는 글 중 하나가, 내게 와 닿았다는 것이.

그래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직접 서점에 가 책을 고르는 시간이 좋다. 뜻하지 않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깐. 살 책을 정해놓고 가는 것이 아니다. 서점 안을 한두 시간 천천히 둘러보며 책을 만나는 것이다.

작은 구원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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