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놀이면 어떻습니까 : 굿바이 싱글

5월의 테마 : 세계 가정의 달

by 유진



굿바이 싱글 (Familyhood, 2016)







* 가능한 스포를 피해 작성하고 있으나 민감하신 분은 스크롤을 내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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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철없는 한 여자가 있다. 절대적인 자기편을 원해 아이를 낳기는 원하는 성인 여자, 주연. 또 한 여자가 있다. 경쾌하고 철없어도 좋을 나이인데,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 십 대 여자, 단지.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다. 상실의 외로움을 겪었다는 것.

이 자그마한 공통분모.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주연과 단지를 이어주는 것은 언뜻 아이인 듯싶다. 그러나 두 여자가 동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유대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은 감정의 공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상실을 경험한 적 있는 공통점을 가졌기에, 주연과 단지는 점차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해진다. 단지가 주연을 ‘언니’ 라 부르게 되는 것은 그렇기에 상징적이다. 단지가 주연을 부르는 ‘언니’의 톤은 밝고 자연스럽다. 단지를 짐으로 여기고 폭언을 퍼붓는 친언니를 부를 때의, 조심스러운 ‘언니’ 와는 너무나도 다른 목소리. ‘언니’라는 호칭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이 영화는 유사가족과 미혼모 문제를 동시에, 그러나 너무 무겁지는 않게 다루고 있다. 주연의 존재를 제외해 버리면 단지의 상황은 한순간에 다큐로 다가온다. 십 대 미혼모가 되어, 부른 배 때문에 미술대회 하나도 나갈 수 없게 돼버린 단지. 반대로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국가대표로 외국으로 나간 상대 남자. 섹스를 한 건 두 사람인데, 책임을 지는 건 단지뿐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주연의 존재가 고마워진다. 판타지라도, 영화 속에서라도 단지의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두 사람이 가족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미안해진다. 수많은 단지들에게.

둘 뿐이라도 가족으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은 사실 사회의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주연처럼 단지를 위해 소리쳐주지도, 옆에 있어주지 않는다. 다른 학부모들처럼, 다수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모서리에 몰아넣고 경원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사회를 만든 것이 지금의 어른들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어른들 중 한 명이다.

주연과 단지가 만들어낸 가족. 세상에서는 그것을 ‘유사 가족’이라고 부른다.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처럼 모여서 생활하는 형태이다. 누군가는 그들을 향해 말한다. 너희는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가족 놀이를 하며 살아갈 뿐이라며 진지하지 않다고 비웃는다.

그런데 묻습니다. 그렇다면 진지한가요, 당신의 ‘가족.’ 온 세계의 ‘가족.’ 정말 환상처럼 가족끼리 아끼고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가족 놀이면 어떤가. 그렇게 불린다고 엮인 끈이 풀리는 것은 아닐 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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