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가족의 역할 :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5월의 테마 : 세계 가정의 달

by 유진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Infinitely Polar Bear, 2014)





* 가능한 스포를 피해 작성하고 있으나 민감하신 분은 스크롤을 내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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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제도는 아무래도 필요악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꽤 진지하게 했던 적이 있었다. 비단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나뿐은 아닐 것이다. 가족의 역할을 대체할 사회적 공동체가 늘어가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일 테니깐. 피로 이어진 가족애에 대한 환상. 그 환상이 가져오는 부작용과 피로들. 우리는 그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단어는 지워지지 않고, 새로운 가정은 만들어진다. 왜일까.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양극성 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두 딸을 돌보는 이야기.

요약된 줄거리만 보면 눈물 넘치는 부성애 에피소드가 영화 내내 줄줄줄 이어질 것 같지만, 천만에. 이 영화는 이외로 담백하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았을 때, 알았다. 이것은 아버지가 두 딸을 돌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이야기임을.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양극성 장애를 이유로 제대로 된 육아는커녕 생활 능력조차 없음에도 딸들과의 생활에 익숙해지려 애쓰는 아빠. 불안정한 성격의, 보통과는 다른 아빠와의 생활에 적응하며 조금씩 아빠를 변화시켜 나가는 딸들. 그들은 안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뒤돌아봐 주는 서로가 있는 동안은, 필사적으로 얼음 위를 미끄러지더라도 걸어 나가지 않을까.

가족은 피로하다. 가족에 대한 온갖 수식어는 그 피로를 가중시킨다. 반짝이는 말들로 꾸며진 '가족' 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드는 건 알기 때문이다. 실제 가족은 그렇게 반짝이지만은 않는 것을.

이 영화는 꾸미지 않는다. 그 피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렇기에 솔직하다. 솔직하기에, 그럼에도 환상을 가지게 한다.

가족이란 단어도 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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