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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16. 2024

0610-0616 편지 주기(週記)



여행 중이었던 나에게.


쓸모없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다지 볼 것 없는 거리, 특별한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는 거리, 괜히 지하철 역에 앉아 전철을 한 대 보내는 것. 내게 여행은 쓸모없는 것을 일부러 하러 가는 모순적인 행위입니다. 그래서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쓸모없는 행동을 하기란 이외로 쉽지가 않거든요.


모든 사람이 여행을 동일하게 정의하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보지 못한 것을 보기 위한 이동의 여정입니다. 끊임없이 움직여 랜드마크를 보고 다시 이동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여행은 미식일 수도 있습니다. 여행의 정의는 고정되지 않아, 같은 사람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지요. 그 유연함을 알아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각각 다른 정의를 내린 사람이, 함께 여행을 떠나면 약간의 불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오타루에 가서 그냥 걷고 싶었습니다. 역에서 역까지 걸으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일을 다 끝내지 못한 채 가서 머릿속으로 계속, 여행이 끝나면 며칠까지 뭘 해야하는지 생각하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의 여행 메이트는 오르골당에 가고 싶어했고, 운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했습니다. 쓸모없는 일은 목적있는 일에 이기지 못하는 법인지라 자아를 접고 메이트를 따라갔습니다. 메이트는 눈이 없는 오타루 거리는 그냥 그렇다고 했고, 오르골 가게의 물건들이 다 기성품 같다는 분석을 했으며, 운하가 작아서 볼것 없지만 사진은 잘 나온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니맛 아이스크림을 봤습니다.


나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원하던 하루도 아니었습니다.

쓸모없는 것이 이기는 날이 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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