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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지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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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09. 2024

0603-0609 편지 주기(週記)




여행 중이었던 나에게.


오래된 건축물이 좋습니다. 오래된 건축물이 살아남아, 짐짓 노인이 아닌 척 옷을 갈아입고 가게며 방문객을 품고 서 있는 모습이 좋습니다. 운석이 떨어져도 저 건물은 저기에 있을 거야. 폐허가 되어도 살아남은 누군가가 다시 저 건물의 잔해로 무언가를 만들어 삶을 이어갈 거야. 그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1887년에 지어진 공장은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그 박물관 안에서 별을 봤습니다. 삿포로 맥주를 상징하는 별 모양은 메이지 정부의 개척사들이 본토에서 홋카이도로 건너갈 때 배의 마스트에 걸려 있던 깃발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북극성을 뜻하는 별은 '길을 잃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는군요. 그렇게 홋카이도에 도착한 사람들은 삿포로의 거리를 바둑판 줄처럼 질서 정연하게 나누어 관청과 공장 주택가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인 아이누족을 탄압하고 학살했지요.


폐번치현(廃藩置県 ).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행정구역을 일체 정비하는 사업 중 하나로 홋카이도 지방의 본격 개척이 추친됩니다. 아이누족의 종교활동과 전통문화는 금지되었고 그때까지 땅을 보살피던 이들은 '구 원주민' 법의 보호를 받는 존재가 됩니다. 20세기 초 내내 이루어진 아이누 사람들의 강제 이주는, 곧 그들의 재산권 박탈을 뜻합니다. 그들 조상의 묘는 파헤쳐졌고 일부 유골은 조사를 목적으로 본토의 대학에 보내집니다.


아이누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홋카이도의 곳곳에서 독립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일족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땅을 '아이누모시르(사람들의 땅)'이라 불렀죠. 삿포로는 삿포로페시, 마르고 큰 강이라 불렀습니다. 개척사는 이 이름마저 빼앗습니다. 삿포로페시는 삿포로(札幌)가 되어 어떠한 뜻도 담지 않게 됩니다.


개척의 별은 당당하기만 한 것이었을까요. 누군가에게 개척사의 배에 나부끼던 별은 탄압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별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건물의 벽을 가득 채운 패널에는 그 어떤 비극도 없이, 별도 삿포로 맥주도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건물이 자아가 있다면, 그 건물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자신의 벽에 적힌 글자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지켜보며 서 있었을 그 건물이 사람이 되면 어떤 말을 할까요. 건물을 나와 걸었던 거리에는 짧고도 어두운 터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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