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이었던 나에게.
그럴 때가 있지요. 이곳에 가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망설여질 때. 교통이 번거롭고 사진으로 보는 것만큼 근사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곳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면 가고 싶지 않은 마음 200% 상승입니다. 그럼에도 가게 되는 이유 역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지만요.
타키노레이엔에 가기로 한 날 아침, 비가 내렸습니다. 내린다기보다는 몰아쳤습니다. 가져간 3단 우산을 펼쳤다가 접으며 말했죠. "이건 3단 우산으로 어떻게 될 비바람이 아니야." 그랬습니다. 연약한 3단 우산 따위, 펼쳐봤자 걷는데 방해만 되는 비바람이었습니다. 크고 단단한 1단 우산을 펼칠 게 아니면 모자를 뒤집어쓰는 편이 나은, 그런 날씨 말입니다.
타키노레이엔은 일본 최대의 납골당입니다. 홋카이도 도민을 위한 공원묘지지요. 그곳을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대불전을 중심으로 한 '부처의 언덕'이란 공간으로 조성하면서 모두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대불전의 머리만 빼꼼히 보이는데 라벤더가 한창이거나, 눈이 쌓여 있을 때에는 그 풍경이 상당히 인상적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라벤더가 피기 전에 갔잖아요...?
비바람을 뚫고,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도착해서 본 것은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라벤더를 심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라벤더를 심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에, 같은 직장인으로서 비애를 느꼈습니다.
참고로 가실 분은, 특히나 겨울에 대중교통으로 가실 분은!!
반드시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도록 합시다. 산 위는... 춥습니다.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