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 예능의 실체: 도전! FAT 제로
1. <도전, 팻 제로> 처럼 극단적으로 단기간에 체중 감량을 할 경우 신체대사가 무너져서 요요가 온다는 주장은 이미 꽤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그럼에도 쇼는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시즌 18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폐지한 건 이전 참가자가 지나치게 마른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시청률 하락에 의한 결과라 보여집니다. 그 모습에 경각심을 가졌다기에는, 이미 그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일이 너무 많았던데요.
2. 다큐멘터리는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연출자, 감독, 닥터와 트레이너를 번갈아 인터뷰하며 그들의 다양한 입장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는 프로그램에 소송을 건 참가자들도 있지만, 그들의 입장을 세밀하게 보여주진 않아요. 다큐의 후반으로 갈수록 트레이너였던 밥에 대한 인터뷰 분량이 많아지는데 뭐랄까. 질리언의 카페인 복용 권유 의혹이나 질리언만 출연을 거부했다는 등 두 사람을 대조적으로 다루는 방식은 <도전, 팻제로> 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3. 마지막의 다이어트 약(오젬픽)에 대한 출연자들의 긍정적인 입장이 나옵니다.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약물 사용에 무조건 부정적일 수는 없지만, 질리언이 오젬픽이나 위고비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인터뷰를 계속해 온 사실에 비추어 보면 뭐랄까. 오젬픽을 긍정하는 인터뷰가 삽입된 부분이 참으로 절묘하달까나. 이 다큐멘터리조차 시청률을 최우선으로 했던 <도전 팻 제로>의 연장선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거에 낚여서 시청해버린 나. 이게 바로 무한 순환의 세계.
4. 리얼리티 쇼를 표방한 프로그램의 문제는, 제작진과 출연자는 어디까지나 '쇼'에 초점을 맞추지만 보는 쪽은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다는 게 아닐까요. 편집된 영상 속 출연자의 모습을 해석하는 관점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더욱 말이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데 특정한 출연자가 너무 싫거나 거슬린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나 스스로를 살펴봐야 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