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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19. 2016

처음 방콕: 9. 스쳐 지나간 아쉬움, 시암(Siam)

일곱날 일곱가지 이야기. 방콕 길거리 두번째



 여행을 가면 그런 곳이 생긴다. 진득하게 머물지는 않지만, 자꾸만 스쳐 지나가게 되는 곳.

 방콕의 씨암(Siam)이 그런 곳이었다.

 첫 방콕 여행 일주일 동안 택시를 이용해 목적지를 찾아간 날은 친구와 함께 다닌 이틀뿐이었다. 그 밖의 날들은 대부분 지하철과 수상버스를 이용했다. 

 방콕은 택시비가 저렴하다. 표준 요금표 기준으로 하자면 한국의 약 삼분의 일 수준이다. 

 어디까지나 요금표 기준이다. 



 방콕에서 택시를 타려면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 있다. 가격 흥정이다. 너무나 저렴한 요금 탓인지, 여행객을 태우는 택시 기사들 중 미터기를 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터기 요금의 세배부터 흥정을 시작해서 두 배, 혹은 그보다 약간 아래 선에서 흥정을 마무리한다. 그들은 능숙하다. 일단 여행객이 타면 무조건 포 헌드레드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미리 흥정을 마무리 한 손님만을 태우는 사람도 있다. 이 택시 요금 흥정도 여행의 과정 중 하나니,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해야 하니 받아들이는 것과, 그것을 즐기는 건 다른 문제다. 두세명 일행이 있다면야 흥정을 해도 택시가 가격 면에서 메리트가 있으니 조금 고민이라도 해 봤을 터다. 

 하지만 나는 혼자였다. 더 마음 편한 교통수단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씨암에 자주 가게 되었다. BTS 씨암(Siam)이 중요 환승역이었던 이유다. BACC를 갈 때에도, 수상버스를 타러 싸판탁신 역에 갈 때에도 일단 이곳에서 내려야 했다. 오고 가고 하다 보면 식사시간에 걸릴 때도 있었다. 이왕 내린 것, 푸드코너에서 한 끼 먹고 갈까. 어슬렁어슬렁 시암 센터로 향하게 되곤 했다.



 시암 센터는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다. 퇴근시간이면 우리나라의 지옥철이 이곳에도 존재하는구나 싶게 사람이 복작 이는 곳이 이 시암센터 앞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 쇼핑센터를 찾는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떼를 지어 푸드코너 한 곳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양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자 코너에서 훌쩍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내린다. 친구와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는 사람들, 엄마들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에서만은 잠깐이라도 숨을 돌리고 있다. 

 참 익숙한 풍경들이다. 밥을 먹으면서 멍하니 옆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말소리를 듣고 있으면, 전혀 모르는 태국말인데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시암(Siam)은 방콕의 대표적인 쇼핑가이다. 떠오르는 신흥 강자, 프롬퐁(Phromphong)에 도전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건재하다. 프롬퐁의 쇼핑몰 삼총사가 완성되면 ‘방콕 최대의 쇼핑가’라는 타이틀은 명실상부 빼앗기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환승역의 메리트는 무시할 수 없는 법. 마주 보고 서 있는 시암센터와 시암 플라자는 밤이 될 때까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쇼핑몰 앞에는 택시를 잡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주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재즈바와 펍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도 물론 있다.

 푸드 코네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골목 곳곳을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발걸음을 끌어당길 만큼의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해서이다. 

 하지만 돌아설 때마다 아쉬워졌다.

 이 벅적임의 끝에 꼭, 무언가가 있을 듯한 기분에서였다.



 후회가 아닌 아쉬움이 남는 여행은 좋다. 

 그 아쉬움이 다시 나를 떠나게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가 시암을 다시 찾을 것이다. (*)









포송 [유진]

Blog : http://blog.naver.com/hik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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