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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04. 2016

책들의 놀이공원: 서울 독립출판 축제


당신에게 서점은 어떤 곳인가요.



서울 독립출판 가는 길을 알려주던 발바닥



 당신에게 서점은 어떤 곳인가요.

  딱 한 번,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주저없이 대답했었다. 

 내게 서점은 놀이공원이라고. 서점 곳곳에 가득한 책들은 놀이기구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먼저 탈까. 어떤 때에는 좋아하는 것을 향해 후다닥 달려가기도 하고, 가끔은 한번 타본적 없는 놀이기구 앞에 슬그머니 서 보기도 한다. 몇 번 타면 질리는 진짜 놀이기구와는 다르게, 책은 질릴 일이 없다. 

 오히려 한번씩이라도 다 타볼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카페 위안. 한시 오픈을 앞두고 행사 준비가 한창.


 

 그런데 놀이공원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은가.

 커다란 놀이기계가 빙글빙글 돌고, 각잡힌 인사를 건네는 대형 놀이공원이 있다면 회전목마 하나 빙글빙글 돌고 있는, 공원 한쪽에 다소곳히 자리잡은 놀이공원도 있다. 

 예전에는 작은 놀이공원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커다란 놀이공원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니깐.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허전함을 느꼈다. 



스태프 분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지하로!!



 서점에 놓여 있는 책들은 안전하다.

 특히나 대형 서점에, 베스트 셀러 자리에 자리잡은 책들일수록 그렇다.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하는 시장 분석을 거친 책들이다. 작가와 편집자 사이를 오고가며 몇 번의 윤문과 교정을 거친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글들보다 매끄럽고 오탈자가 적다. 읽기에 편하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선택된’ 것들이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을 듯한 놀이기구는 애당초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끔씩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놀이기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수없이 많은 것들 중 가장 트렌드에 맞다는 판단 하에 골라진 것들이다.

 문제는 그 선택을 하는 것이, 온전히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자의 선택에는 한계가 있다. 출판사가 최소로 찍어내야 하는 부수를 채우지 못할 거라 여겨지는 글들은 선택받지 못한다. 그러한 글들을 책으로 만나기를 원하는 소수의 독자들은 힘이 쭉 빠지게 된다. 

 이런 놀이기구도 실제로 만들어보면 사람들이 많이 탈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하소연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라고 세상의 모든 놀이기구를 만들어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예산은 늘 한정되어 있는걸요. 푹, 한숨 섞인 대답이 돌아올 터다.



한권 한권 읽다보면 운명의 책을 만날수도.



 하지만 사람들의 욕망은 언제나 한계를 이겨내는 법이다. 

 다양한 글을 읽고 싶다.

 예쁘지는 않아도 개성적인 책을 소유하고 싶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다.

 이러한 욕망들이 모인 작고 신나는 어뮤즈먼트 파크 amusement park가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독립출판 페스티벌이다.



예술과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꿈꾸는 잡지, 아트워크



 글을 쓰는 사람이 책의 제작부터 홍보까지 모두 담당하는 셀프 퍼브리싱 Self-Publishing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지는 책들은 자본에 의해 선택되지 않는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책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만이 중요시된다. 그렇기에 독립출판으로 만들어지는 책들은 무엇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일반적은 출판 경로를 통한 책들에 비해 작가의 생각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 분명한 개성은 책에 갖가지, 선명한 색들을 입혀낸다. 

 독립출판 페스티벌은 그러한 독립출판물을 작가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작가에게서 책을 만들게 된 이유를 들을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책의 감상을 나눌 수도 있다. 작가들이 이리저리 궁리해 꾸며놓은 판매 부스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커다랗지는 않지만, 그 작은 공간 안은 오히려 버라이어티하다. 



감미로운 노래를 선사해주던 인디밴드



  2016년 10월의 첫 주말, 서울 독립 출판 축제가 열렸다. 

 독립 서점이자 여행자들의 쉼터인 짐프리, 책을 읽고 난 이후를 상상해보게 만드는 작은 서점 이후북스가 함께했다. 축제가 열린 곳은 홍대 골목길 위에 자리잡은 카페, 위안이었다. 벽면에 걸린 커다란 세계지도와 곳곳에 놓인 여행 서적들. 앉아 있노라면 평범한 하루를 여행의 순간으로 바꾸어주는 카페이다.



구입해온 책들. 책 축제에서 책을 사들고 나오는 기쁨이란.



 카페의 갤러리, 지하 1층과 2층에서 사람들은 책을 즐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회전목마가 돌아갔다. 

 그 느릿하지만 반짝이는 공기에 취해 책 한권을 손에 들고 계단을 올랐다. 위로 올라와 의자에 앉아 있으니 인디 밴드의 음악이 귀를 감쌌다.

 작고도 사랑스러운 축제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카페에 앉아 책을 펼쳤다. (*) 










포송 [유진]

Blog : http://blog.naver.com/hik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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