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사는가

by 우쥬

어제 팀장님과 같이 식사를 하다가 나눈 이야기 중 계속 뇌리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 해보고자 한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지인이 이번에 은퇴를 하는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서 계속 일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연금도 충분히 나오는데다 아직 사모님이 일을 하고 계셔서 노후 걱정은 전혀 없으신 분이라 퇴직 후 조금 쉬시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더니 "내가 집에 그냥 있어서 뭐하겠어? 일이라도 해야지."라며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셨다고 했다. 팀장님은 도대체 다들 왜 그렇게 여유없이 일만 하려고 드냐며 본인은 몇 년 안에 퇴사하여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들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냥 하시는 말씀이려니 했는데 '꿈꿔왔던' 일들이 꽤나 '구체적'이고 '본격적'이더라.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지금 왜 일을 하고 있는가.


사실 나는 어릴때부터 그랬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별로 없었다. 졸업 후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남들이 여행은 꼭 가봐야된다고 하니 해외 여행도 몇 번 가보고, 퇴근하고 피아노나 기타,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도 배워보았다. 다들 뭐라도 해야한다고 하니.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 물론 처음 가보는 해외(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갔더랬다.)의 느낌, 외국인들 사이 이방인 같은 나, 그래서 처음 느껴보는 해방감, 보는 순간 압도되는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보께리아 마켓의 1유로 과일 주스 등등 신기한 경험을 하는 것 같기는 했다. 이후에 가본 이탈리아의 피렌체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이 지나면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고, 나는 여행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인가보다 하게되었다.


비단 여행 뿐이겠는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듯하다. 감정선에 크게 기복이 없는 사람. 특히나 좋은 일, 즐거운 일 같이 (+)의 감정은 잘 올라가기 어렵지만,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의 감정은 쉽게 느끼는 사람. 물론 결혼 후 육아를 하며 (-)의 감정폭도 많이 줄어들어 늘상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사는거 같다. 남편은 종종 묻는다. '너는 뭐가 재밌어?'


'나는 재밌는게 없어. 여행도 맛집도 게임도 남들은 즐겁다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그냥 사는거야.'


지금도 그냥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느낌이다. 일도 돈이 많았다면 굳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돈이 필요하니까 일을 하고 있다. 일하고 주말에 집안일도 해야하는데 체력이 달리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서 운동도 하고 있지만 삶의 질을 위해 해야하니까 하는 것이다. 그 외에 뭐가 즐거워서 한다던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은 딱히 없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별다를 것 없이 눈뜨고 밥먹고 일하고 생활하고 이러다가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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