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혈액형에 따른 성격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A형은 소심하다던가, B형은 특이하다던가... 혈액형 외에도 별자리, 생일 등등에 따른 성격이나 특징이 유행한 적도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주팔자가 있었으니 이러한 것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유전자가 있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MBTI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사주보다는 과학적으로 보이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으레 묻는 것이 MBTI가 되어 버렸다. 어느 정도 만남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MBTI를 묻는 것에 더해 맞추기까지 해 보게 된다. 스몰톡의 소재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나는 그 테스트를 고등학교 때 받아보았기 때문에 그 후로는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큰 변화는 없지 않나 생각이 된다. 한국인에게서 가장 흔하다는 무미건조한 ISTJ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MBTI가 나온 사람들끼리 그룹화해서 발표자료 만들기 같은 것을 한 기억이 있는데 그룹 별로 특색이 다양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그룹은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놓고, 어느 그룹은 왁자지껄하게 의견을 교환해 가며 발표자료를 만들었지만 우리 그룹은 조용하게, 서로 나서고 싶지 않지만 과제는 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한 가지 색만을 사용하여 반듯하게 작성한 기억이 난다. 강사님께서도 이게 ISTJ의 전형적 특징이라며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따지고 보면 이 브런치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글쓴이 분들은 AI 생성형 이미지나 예쁜 그림으로 글을 꾸미시기도 하는데 나는 내 생각만 전달되면 꾸미는 게 대수인가 싶다. 그래서 사진 하나 없이 이렇게 칙칙한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부쩍 사회생활이 피로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회사는 유별나게 특이하거나 이상한 사람은 없다. 또한 직장 내 인간관계 중 어려운 편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사와의 관계도 운이 좋게 좋은 분을 만나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혼자가 되고 싶은 것은 왜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어딘가 고장 난 인간이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