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경험하지 못하는 아이들

아쉽습니다.

by 우쥬

나는 어릴 적 어쩔 수 없이 시골에 살았었다. 아버지 직업 특성상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녔고, 아버지의 직장은 주로 시골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절 일부는 배를 타고 4시간은 들어가야 하는 섬에서 보냈다.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기에 나는 초등학교만 4번을 옮겼고, 그중 한 학교는 전학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졸업을 하기도 했다. 나름 공부를 조금 했던 나를 위해 중학교는 1번 옮기고 정착하게 되었고, 그 후에는 아버지만 직장을 따라 옮겨 다니시게 되었다.

이런 환경 탓인지 나는 친구들에게 정을 쉽사리 주지 못했다. 본디 내향적인 성격 탓도 있었겠지만 본능적으로 '친해져 봐야 어차피 헤어질 건데..'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버릇은 꽤나 오래 지속되어서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어쩌면 내 사회성의 문제일지도..?)

어쨌든, 피치 못할 사정이었지만 내가 도시사람들이 갖지 못한 귀한 경험을 가졌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말 그대로 나는 자연을 벗 삼아 자랐기 때문이다.

엄마와 고사리 철이 되면 산으로 고사리를 뜯으러 다녔다. 돌돌 아기손처럼 말린 고사리를 똑똑 뜯어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하던지. 하교하면 동네 친구들과 뒷산으로 올라가 오디를 따먹곤 했다. 올챙이, 개구리, 물장군 등등 물에 사는 친구들을 잡으러 쏘다니기도 했으며, 친구들과 잡은 올챙이를 통에 넣고 키우곤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과학을 좋아했었는데 책에서만 보던 거위벌레도 실제로 보고 자랐다.(정말 나뭇잎을 야무지게 돌돌 말아놓는다.) 어디 그뿐일까. 지금은 과묵한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어린 시절에는 개구쟁이였던 내 동생은 임신한 염소 등에 타서 뿔을 잡고 자연 승마(?)를 하기도 했으며, 산으로 올라가던 뱀을 보고 꼬리를 휙 잡아당기기도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머리가 삼각형인 것이 분명 독사였다.) 이런 에피소드는 아직도 가끔 이야기하며 깔깔거린다.

얼마 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산에 갈 일이 있었다. 산에 아직 청개구리도 남아있고 메뚜기도 뛰어다니길래 '저 메뚜기 잡아봐. 아마 입에서 간장이 나올걸.'라고 하자 친구가 별 걸 다 안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나에겐 예전에 일상이었던 것들이 서울 친구들에게는 책 너머 지식이구나 싶었다. 우리 가족 역시 지금은 시골이 아닌 대도시에 살고 있는데 직장을 다니거나 병원을 가는 등 생활의 편의성은 최고이지만 아이가 자연을 접하고 자라기에는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 종종 숲 체험 같은 프로그램을 단발성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자연을 충분히 느끼기엔 역시나 너무 부족하다. 모든 걸 가질 순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일 아쉬운 것을 꼽으라면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을 내 아이가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을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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