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남편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by 우쥬

때는 한가로운 주말 저녁이었다. 주중을 나기 위해 반찬 3종과 청국장을 만들어 아이와 저녁을 먹고 난 후, 아이는 간식으로 바나나를 네 개나 먹었다. 요리하고 나온 설거지과 저녁을 먹고 나온 설거지를 모아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엎드려서 그날 해야하는 영어 할당량을 외우고 있었다. 남편이 장난을 치겠다고 "햄버거!"하며 내 위로 올라탔다. 아이도 즐거워하며 아빠위로 올라탔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남편이 나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나는 간지럼을 워낙 잘타서 옆구리를 건드리기만 해도 몸이 뒤틀린다.


하지말라고 해야하는데 간지럼을 태우니까 숨이 뒤로 꺽꺽 넘어갔다. 비틀어서 빠져나오고 싶었는데 남편이 너무 무거웠다. 80키로 가까이 되는 성인 남성을 뿌리칠 재간이 없었다. 숨이 자꾸 뒤로 넘어가고 몸통이 눌리니까 숨쉬기가 어려웠다. 이러다 죽는구나 싶었다. 남편이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냅다 팔을 휘둘렀다. 내 손이 어딘가에 맞았는데 그런 걸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계속 눈물이 나왔다. 죽다 살아난 듯한 기분. 나를 누르던 무게는 이제 없는데 가슴께가 조이듯이 불편했고, 그래서 허업 허업 숨을 들이 마셨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답답하고 어디 갇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장난도 정도껏 쳐야할 거 아니야!! 나 죽을뻔했다고! 엉엉.. 나는 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내가 자꾸 가슴께를 쥐어뜯고 주무르자 남편도 많이 놀란 듯했다. 내가 깔려서 숨이 꺽꺽 넘어가는 걸 알고 있었는데 웃느라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아이처럼 주저 앉아서 계속 울었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나자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도 많이 놀란 듯했다. 우선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같아 아이를 안고 다독였다. '많이 놀랐지? 엄마가 갑자기 눌리니까 숨을 못쉬어서 너무 놀라서 그랬어. 놀라게해서 미안해..'했다. 남편도 옆에서 내 등을 쓸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나 얼굴에 손톱만큼 멍들었어."

"왜?"

"아무래도 어제 너한테 맞은데 인거 같아."


아마 내가 팔을 휘두를 때 남편 얼굴에 맞은 모양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너무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남편도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다되어 가는데 아직도 이렇게 유치한 장난이라니... 장난도 정도껏 칩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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