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은 언제부터 인가요?
오늘 점심 메뉴에 버섯국이 나왔다. 버섯국을 한 입 뜨는 순간 내 초등학교 점심시간이 떠올랐다. 나는 어릴 때부터 편식이 좀 있는 편이었다. 편식도 편식인데 까다롭다고 해야 하나. 사과에 껍질이 조금이라도 붙어있으면 앞니로 갉아버리고 과육만 먹었고, 독특한 향이 나는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그날의 버섯국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버섯국의 향이 나에게는 너무나 역했다. 버섯국을 버리려고 했는데 선생님 눈에 띄었다. 선생님께서는 다 먹으라고 하셨다. 나는 버섯국을 앞에 두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내가 한 숟갈도 뜨지 못하자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 내 앞자리에 앉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편식을 고쳐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어서 먹어보라고 앞에서 재촉하셨다. 정말 먹기 싫었다. 하지만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코를 막고 국물을 들이켠 기억이 난다. 국은 식을 대로 다 식어버렸고, 그래서인지 버섯향이 더 강하게 났다. 속이 울렁거렸는데 선생님께서는 '봐봐. 할 수 있지?' 같은 느낌의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버섯향만으로 나는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어느 작은 초등학교 교실로 날아가버렸다.
종종 어떤 향, 노래, 날씨 등등은 우리를 과거로 불러들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 첫 기억은 무엇일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도달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첫 기억은 아빠와의 동물원 나들이였다. 엄마는 어린 동생을 안고 우리를 배웅했고 나는 아빠 손을 잡고 동물원에 갔다. 동생이 돌도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나는 4살 혹은 5살이 아니었을까 싶다. 검은 점박이 무늬의 원피스와 흰색 타이즈를 입었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나는 그날 아주 설렜었나 보다. 사실 무슨 동물을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아빠가 내게 솜사탕을 사주셨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는 그게 먹는 건 줄도 모르고 아빠가 구름을 따다 주었다고 생각했다. 손에 꼭 쥐고 걸어가는데 아빠가 왜 안 먹냐고 물어보셨다. 이게 먹는 건가? 한 입을 먹고 너무나 맛있었던 기억. 돌아오는 길은 아주 컴컴했고, 아빠가 나를 업고 돌아왔다. 내 기억은 거기서 끝인데, 아빠에게 여쭤보니 그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아오는 길에 내가 엉엉 울기시작했다고 했다. 아빠는 영문을 몰라 나를 업어주셨다고 한다. 컴컴한 와중에 근처 부대에서 장병들이 크게 "필승!"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내가 갑자기 깔깔 웃어댔다고 했다. 울어대던 내가 웃자 아빠는 신이 나서 계속 필승을 외치며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이때 기억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주인집에 세 들어 살던 반지하 원룸(그 집이 주인집이라는 사실도 나중에 커서야 알았다. 엄마는 대문을 들어올 때 절대 벨을 누르지 말고 담 너머로 엄마를 부르라고 했는데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 크고 나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집은 주인집 벨이니까.), 그 원룸 입구에서 동생을 안고 지친 얼굴로 나와 아빠를 배웅하던 엄마,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선 아빠, 나를 위해 사준 솜사탕, 나를 업고 있던 큰 등판. 그 모든 것이 나를 울게 한다. 이제 우리 부모님은 많이 늙었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몸도 마음도 많이 작아지셨다.
이제 우리 아이도 지금의 기억 중 어느 한 토막을 평생 가지고 갈 것이다. 그게 어떤 기억이 될까. 행복한 기억이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나에게 처음 선물한 구름 같은 기억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