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에 대한 단상

by 우쥬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가 되니 엄마들 사이에선 단연 영어유치원이 화두이다. 어딜 가나 처음 보는 엄마들은 늘 묻곤 한다.


"영어유치원 안 보내실 거예요?"


나는 아이를 낳으면서 결심한 것이 있었다. 나의 욕심으로 아이를 휘두르지 않을 것,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나의 목표였다. 주변에서 영유를 보내니 마니 지금 보내야 하니 어쩌니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아직 한국어도 옹알거리는데 영어는 무슨.


물론 가끔 유치원에서 배워와서 타이거, 라이언 하는 것을 보면 귀엽기는 했다. 한편 기특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을 바라지는 않았는데. 분명 그랬었다. 그 모임에 가기 전까지는.


이전에 나와 같은 곳에서 근무했던 분과 다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그분은 성격도 좋고 쿨해서 내가 많이 좋아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이 아이 교육에도 쿨(?)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분은 영어에 진심인 분이셨다. 아이는 이미 영유를 졸업했고, 엄마표 영어도 열심히 실천하고 계셨다. 안 그럴 것 같은 분이 그러니 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분은 늦어도 내년에는 영유를 꼭 보내라며 나에게 신신당부하였다. 왜 아이를 집에서 놀리냐고 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아이를 뒤처지게 하는 것일까. 그날부터 나는 뭐에 홀린 듯이 영유에 꽂혀버렸다. 집 주위 영유를 검색해 보고 리스트업 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이를 힘들게 공부시키고 싶진 않은데.. 이왕이면 놀이식으로 보내고 싶다. 한 달에 200만 원? 너무 비싸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혀를 쯧쯧 찼다.


"남의 말에 휘둘려서 이렇게 동동거리는 거 별로 좋지 않다."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난 참 쉽게 홀리지만 또 잘 빠져나온다..) 우리 아이 아직 아침에 눈뜨면 엄마한테 먼저 안기는 아기인데. 이런 아이한테 벌써 영어를 시켜야 하나? 내 마음이 조급하다고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게 맞는 건가? 보내면 나아지는 게 뭘까. 아웃풋이 그만큼 나오기는 하는 건가? 돈 주고 내 마음의 평화를 사는 것은 아닐까?

(물론 지금 영유에 보내는 분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보내고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


결국 나는 영유를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비용도 비용이고, 아직 충분히 놀아야 하는 나이라고 판단했다. 대치동 7세 아이 의대 준비반을 보면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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