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하루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by 우쥬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일은 육아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에피소드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욱하는 상황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아이는 유독 순한 편이어서 그럴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도 나도 눈물짓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핑계를 대보자면 그날 유독 내가 할 일이 많았었다. 직장에서도 매우 바빠서 하루 종일 숨 돌릴 틈 없이 일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시댁에서 아이와 저녁을 먹었다. 나는 파워 J 성향의 계획형 인간이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시댁을 나서며 그날 해야 할 일을 곱씹고 있었다. 그런데 나오면서 아이가 "엄마, 나 요거트 먹고 싶어." 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아.. 하필.. 오늘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했지만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해서 마트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계획보다 좀 늦어지겠는 걸. 하필 오늘 남편도 약속이 있어 늦는단 말이지. 집에 돌아가서 요거트 먹이고, 양치랑 샤워시킨 후 얼른 재우고, 그리고 나도 샤워를 하자. 그러고 나서 내일 아침으로 먹을 국이랑 반찬 만들어 놓고 아침에 나온 설거지랑 요리하면서 나온 설거지 마무리하고 오늘 영어 스터디 분량 녹음해서 보내고 좀 쉬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했다. 요거트를 먹이는 것까진 좋았다. 샤워를 시키려는데 장난만 치고 화장실로 오지 않는 아이.. 나는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ㅇㅇ아, 그만하고 이리 와. 몇 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샤워실에 들어오긴 했는데 자꾸 샤워기를 꺼버리고 장난을 치며 방해를 하는 것이었다.

참을 인, 참을 인.. ㅇㅇ아 오늘은 엄마가 좀 바빠. 오늘 아빠도 없어서 엄마가 할 일이 많아. 응? 그만해. 그만하라고 했지. 엄마가 몇 번 말했어? 오늘 대체 왜 이래?! 그만하라고 했잖아!!

결국 나는 아주 화가 난 상태로 샤워실에서 나왔다. 내가 화가 나건 말건 아이는 여전히 장난으로 즐거운 상태. 평소였으면 아이가 신나 하는 걸 보면서 '그냥 내가 조급해서 그런 거지 애가 무슨 죄람' 하고 넘겼을 텐데 그날은 그게 잘 안되었다. 이미 내 얼굴은 굳어버렸다.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엄마, 나 만화 볼래!" 했다. 자기 전에 20분 정도 만화를 보고 자는 것이 아이의 루틴이었다. 나는 화가 나서 "너 엄마가 빨리 씻고 얼른 자야 한다고 말했는데 샤워하는 내내 장난만 치고 지금이 몇 시인데 만화를 봐? 만화가 보고 싶었으면 얼른 씻고 남는 시간에 봤어야지. 지금 거의 10시가 다 되어 가잖아! 내일 어떻게 일어나려고 그래?" 하고 다그쳤다.

아이는 조금 당황한 듯하더니 장난감을 혼자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서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더 보태었다. "지금 장난감 만질 시간 아니고 자는 시간이야.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하자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평소 같았으면 가서 이유를 설명하며 달래주었을 텐데 나도 화가 많이 난 터라 굳어진 얼굴로 그냥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른 나의 반응에 아이도 내 기분을 그제야 살피며 울음을 그쳤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지자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차, 싶었다. 급한 것은 내 사정이고, 아이는 그저 아침에 잠깐 보고 저녁에 본 엄마가 반가워서 장난친 것뿐인데. 내 할 일 2-30분 정도 미루고 아이랑 즐겁게 놀아주면 될걸. 아이보다 중요한 게 뭐라고.

"ㅇㅇ아, 이리로 와봐." 하자 쭈뼛대며 옆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안아주면서 말했다.

"ㅇㅇ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할 일이 많은데 ㅇㅇ가 따라주지 않으니까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ㅇㅇ에게 화를 냈어. ㅇㅇ는 그저 엄마랑 놀고 싶었을 뿐인데. 엄마가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하고, 화내서 미안해."

그러자 아이는 품에 안겨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직 아이라 마음을 완벽히 표현하지 못하는데, 아마 억울하고 무섭고 서러웠던 모양이었다. 아이를 안아서 토닥토닥 달래자 눈이 슬슬 감기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아서 침대에 눕히자 반쯤 감긴 눈으로 말했다. "엄마.. 엄마 일 많아서 잠 못 자면 어쩌지..?"

눈물이 핑 돌았다. 어째서 나는 아이보다 못한 인간인 걸까. 아이는 서러운 와중에도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 할 일에만 몰두하느라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화까지 내버리다니. 난 정말 모자란 인간이었다. 잠든 아이 등을 몇 번 더 쓸어내리다가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 글을 남긴다.

나는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매일 조금씩은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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