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한 가전들..
어느덧 결혼한 지 8년이 다 되어 간다. 시간은 정말 놀랍게도 빠르다. 그저 몇 년 지난 느낌인데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벌써 그렇게 되었다. 결혼 전 남편과 설레하며 데이트하던 시절이 까마득할 정도이다. 지금은 그저 그런 평범한(?) 부부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며 가전들도 수명을 점차 다해가는 것이 보인다. 그 시작은 몇 달 전 청소기의 사망이었다. 전날까지 멀쩡히 잘 쓰던 청소기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 평소 청소기는 남편이 9할 이상 사용하고 있었기에 고장도 남편이 알아챘다. 그 브랜드의 A/S 센터에 전화해 보니 부품이 없으며, 언제 들어올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새로 사기는 아깝다. 요즘 웬만한 무선 청소기가 60-70만 원이나 하다 보니 선뜻 지갑을 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10만 원 대 아무거나 사자니 시댁에 있던 흡입이 안 되는 청소기(이게 청소기가 맞나..?)가 생각이 난다. 고민하고 있으니 남편이 사제 모터를 구해다가 갈아서 써보겠다고 한다. 사제 모터는 5만 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해서 일단 그러라고 했다. 그걸 구해다 써보고 나서도 고장이 나면 그때 사주겠다 약속을 했다.
그것이 서막이었는지 가전들이 하나둘씩 망가질 징조를 보인다. 얼마 전에는 티브이 전원이 갑자기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 A/S 센터에 전화해 보니 부품이 없..... 다들 이런 식으로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고작 7년밖에 안 쓴 티브이인데. 다만 해당 티브이를 회수해 가서 일부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결혼 당시 남편이 집을 마련했고, 시댁에서 예단비도 조금 받으셔서 부채감이 어느 정도 있었던지라 당시에 가전을 꽤나 비싼 것으로 준비했었다. 신혼 때 산 이 티브이도 꽤나 상위 모델이라고 하며 금액을 70만 원이나 쳐주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티브이를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목돈이 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골치가 아프다. 남편은 몇 달 살아보고 필요하면 사자고 한다. 아이는 매일 20-30분 정도씩 보는 만화를 못 보니 꽤나 아쉬워했다. 그렇게 몇 달 살아보려고 했으나 한 달 좀 지나서 '에라, 그냥 사버리자'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난주는 티브이를 보러 갔다. 신혼집은 30평대의 아파트였고 당시에 그 거실 사이즈에 맞는 55인치 티브이를 추천받아 구매했었다. 지금은 20평대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나는 더 작은 사이즈의 티브이를 구매할 요량으로 매장에 들어섰다. 직원과 상담을 받아보니 65인치를 추천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몇 년 사이에 기준이 바뀐 걸까. 65인치와 55인치를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왜 더 작은 사이즈는 추천받지 않았을까? 견적을 받아보고 고민해도 됐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 큰 사이즈는 우리 집에 과한 것 같아 기존과 동일한 사이즈로 구매를 결정했다.
최근에 꽤나 더워지면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우리 집에는 거실 에어컨, 안방 에어컨, 선풍기 1대가 있었다. 안방에서는 나와 아기가 자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고, 남편은 따로 자기 때문에 선풍기 1대를 가지고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한밤 중 에어컨이 꺼진 후 선풍기가 안방에 필요해졌다. 남편이 쓰는 선풍기는 신혼 때 신용카드 포인트몰에서 산 3만 원짜리로 아직도 잘 쓰고 있었기 때문에 비싸봐야 5만 원이겠지 하고 검색을 했다. 그리고 난 요즘 물가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웬만한 선풍기는 10만 원부터 시작하고, 비싼 건 15~20만 원 까지도 하더라.. 물론 그렇게 비싼 선풍기들은 서큘레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고 있었다. 또 며칠을 머리 아프게 검색을 하다가 어차피 우리 집은 작아서 서큘레이터까진 필요 없겠지 싶어 10만 원짜리 선풍기를 구매했다. 근데 막상 틀어놓으니 그다지 시원하지 않아서 조금 더 주고 서큘레이터를 샀어야 했나 살짝 후회가 된다.
가전의 수명이 이렇게 짧았나, 최소 10년은 쓸 줄 알았는데. 고장이 나더라도 고쳐서 알뜰하게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속이 쓰리다. 업체들도 수리에 힘을 쓰기보다는 최근 몇 년 새 구매한 가전들만 고쳐주고 그 이상은 교체를 권유하는 분위기 같다. 물건을 하나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고 싶은데 강제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점이 속상하다. 이게 다 환경오염인데 싶기도 하고, 가전 수명이 많이 짧아진 것 같아 더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는 몇 년은 더 버텨주길....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