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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STA Feb 17. 2021

영원한 서른셋이고팠던 서른넷.

끝맺음하려던 삶을 다시 시작하면서

 언제까지나 서른셋이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의 친구인 '기즈키'가 16살 즈음에 죽고 난 뒤 '기즈키'는 언제까지나 16살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 때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저쪽에 있는 존재 따위가 아니었다.
죽음은 '나'라는 존재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그 사실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중에서 도움이 될 것들로만 하나 두 개씩 모으기 시작했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아주 깨끗하고 아주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

더 이상의 살 이유가 없었다. 죽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같은 말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죽고 싶은 것은 '죽음을 향한 목적, 죽기 위함'이 있지만 살고 싶지 않은 것은 '삶의 의미,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으로 미묘한 차이를 두었다(적어도 내 생각엔). 문득 왜 무얼 위해 살고 있지 라는 생각에 지배되어버렸고, 손에 쥐려 했던 것들이 이유마저 흩어져 버린 날. 곁에 아무도 나를 알아줄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날.


coffe → off


 인생이 잡초 하나 없는 허허벌판. 자욱한 안갯속에 앞도 뒤도 보이지 않았다. 나아가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지도 않았고 무서웠다. 미지의 무언가가 있을까 라는 두려움보다는 이 끝없는 안개가 걷히지도 않고 그 안에서 헤매기만 하는 것이. 또다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무척 더웠던 8월, 아무 의미 없는 날 나는 그렇게 '기즈키'처럼 영원한 서른셋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하여 시간이나 흐름에 맞게 쓰기 보다는 주로 에피소드 위주로 적을 것 같습니다. 다소 헷갈리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리며 머릿글 배경이나 글 속에 있는 사진은 대부분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 주시면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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