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에게도 공평히 주어지는 시간

by 차준택 Spirit Care

군생활 할 때의 일이다. 어차피 정해진 30개월을 보내야 했기에 남는 게 시간이었다. 하루에 영어단어 몇 개, 하루에 한자 몇 개(당시에는 한자 공부는 취업, 특히 언론사 취업준비에는 필수였다-안타깝게도 언론사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한 달에 책 몇 권.. 이런 계산으로 나름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결과적으로 제대할 때까지 읽은 책이 몇 박스나 됐고 나름 영어공부도 많이 했다. 일기도 열심히 썼는데 군대에서 쓴 일기만 7권이었다.


말하려는 요지는, 남는 게 시간인 지루한 군생활이라는 상황에서 그 시간이라는 것은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엔 실패 사례,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니면서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였다. 늘 영어공부에 부족함을 느꼈던 나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지금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딸아이보다 현재는 내가 더 영어를 잘한다. 지금부터 매일 조금씩 영어를 딸아이만큼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 최소한 딸아이만큼은 영어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지만 이번엔 실패였다. 그만큼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리라.


40대가 되고 미래와 삶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땄다. 영어관광통역안내사를 시작으로, 국제죽음교육상담전문가(싸나톨로지스트, 죽음학), 임상 및 상담심리 대학원(심리학 석사), 임상심리사 2급, 직업상담사 2급 그리고 이론과정만 끝낸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했던 생각이 그거였다. 그렇게 가는 시간 동안 하루 몇 페이지씩 정해서 공부를 하고 그 시간을 버티다 보면 시험에 응시하고 자격을 따고(떨어지면 또 보면 되고), 졸업을 하고... 그렇게 시간이 가면 많은 것들이 나도 모르게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


투자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대단한 투자를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수익률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투자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나 정보가 없다. 애당초 투자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딱 하나, 투자 귀재나 돈 많은 사람들과 똑 같이 갖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투자공부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종일 차트를 보면서 단타를 할 상황도 아니다. 기업분석을 통해 가치주를 선별해 낼 선구안도 없다. 매도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는 직관이나 경험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시간을 버티는 자체가 전략이 되고 자산이 되고 재능이 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그래, '존버'라는 얘기다.


투자하는 자산과 투자하는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만 있다면 그냥 우리 같은(?) 초보투자자에게는 '시간'이 최고의 투자도구라는 생각이다. 그냥 버티는 것.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를 때 추격매수 내릴 때 겁나서 팔아버리기 십상이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 시간은 유일하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자산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존버'하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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