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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Jul 15. 2022

여명

여명…


말기암환자가 되면 담당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앞으로 남은 시간, 기대 수명을 받는다. 실제로는 예측이 매우 어렵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신기하게도 그 날짜는 얼추 비슷하다고 한다. 받은 여명이 육 개월이면 육 개월 정도, 삼 개월이면 삼 개월 정도 더 살다 돌아가신다는 거다. 환자에게 이 기간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니 매우 중요하다.


최근 나의 경우를 살펴보면...

주치의 선생님께 물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요…?!’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매우 쿨~ 하시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이미 그 일반적인 시간이 다 지났는데 살고 있는 거라고 하셨다. 그저 보너스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고… 다발성 전이를 기준으로 해도 한참을 더 살았다. 그래서 대학병원에서의 전이로 인한 척추암 실사례를 바탕으로 한 논문을 찾아봐도 분명 걷지 못하게 된 때로부터 미니멈 1개월을 살다가신 분부터 맥시멈 8개월을 살다가신 분까지 계셨는데, 나는 벌써 10개월이나 지났는데… 살아 있다.


나눌 것은  나누고 버릴   버려서 거의 가진  없는 이가 되었고(원래 가진  많은 사람도 아니었지만…), 내게 주어진 숙제로 여겨졌던 책도 냈고, 닭살스러워 못하던 사랑 한단 말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넘치게 표현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살아있는 걸까용서할 사람 용서했고, 기억하는 잘못으로 용서구할 이들에게 용서 구했다. 능력이 허락하는  하고 싶은   했고,  이상 하고 싶은 일도 없다. 누군가에겐  듯이 기쁠 보너스 인생일 텐데나는 너무 고단하고 구차하고 지친다. 이렇게까지 아프고 고통스런 기적을 원한 적이 없었다매일 고통과 두려움없는 존엄한 죽음을 기도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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