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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Jan 11. 2021

그녀가 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어요.

처음 암에 걸리고 수술을 하고 나름 잘 극복하고 있을 때였어요. 고속터미널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던 중이었거든요. 걷다가 폰에 카톡 메시지 팝업이 뜨길래 주머니에서 꺼내 힐끗 보았어요. ‘암요.’라는 메시지였어요. 순간 마음 ‘쿵’하고 내려앉았어요. 심장이 막 뛰기 시작하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멈춰 서서 카톡을 확인해보니, ‘그럼요, 그렇지요(암요).’라는 의미였어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지하도에서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거였어요. 암은 저에게 그런 거예요. 두 번이나 수술을 해도, 여러 번 그 글자를 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가슴 철렁하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단어.


치료를 받으면서 저는 늘 웃고 싶었어요. 그간 많이 웃지 못했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었거든요. 때때로 어딘가에 몰입을 해서 혹은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가 암환자임을 잊곤 했어요. 그러다 카톡이 울리면, ‘암환자에게 좋은 음식 12가지’, ‘이렇게만 하면 암 극복할 수 있다.’ 같은 링크가 보였어요. 다시 가슴이 ‘헉’하고 장풍을 맞아요. ‘아... 나 암환자였구나...’ 깜빡 잊고 깔깔깔 웃고 있던 저는 그렇게 다시 암환자가 돼버려요. 보내준 사람의 마음은 백번 이해해요. 걱정이 되었고, 도와주고 싶었겠지요. 아마 경험해보지 않아서 제게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지 모르는 까닭이겠지요. 댓글을 허용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어요.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 내 마음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그렇게 제 마음은 꼭꼭 닫혀 있었어요.


그러다 그녀를 만났어요. 책구름 출판사 편집장 자현님. 나의 글을 읽은 그녀가 아이처럼 우는 거예요. 엉엉엉. '사랑받는 책, 많이 팔리는 책 만들게요.’ 그때 생각했어요. 나의 인생이, 나의 이야기가 한 번쯤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물론 차갑게 얼어붙은 닫힌 마음이 어디로 가겠어요. 거기 그대로 있지. 아파서 약 먹고 잠들었다가 눈을 뜰 때마다 와있는 그녀의 카톡에, 대화의 끝마다 붙이는 ‘알라뷰’ ‘포옹 이모티콘’에 무슨 답을 보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곤 했어요. 가장 소극적인 하트를 골라서 답한 적도 있고요. 편하지 않아서 고민하다 말했어요. 나는 쉽게 마음을 여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바로 자기도 그렇답니다. ‘풉’하고 웃음이 나왔어요. 아놔, 살짝 열려버렸네. 서로 어색한 표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그냥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요’하고 말하는 내게, 너무나 단호하게 ‘아니, 아니~ 있어봐 봐요! 내껀데 내가 표현할 껀 다 표현해야지~!’ 하기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습니다.


<그녀가 보내준 영상, 나 눈 보라고>


풍경 사진과 영상, 무심한듯 들려주는 이런저런 이야기, 글쓰며 먹으라고 보내준 곶감, 운전하며 노래하는 영상과 셀피,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메시지 캡쳐, 너무나 예쁜 아가들 사진과 영상까지. 며칠 동안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글을 쓰며 그녀의 1순위로 살아보았어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하루하루 마음이 점점 따듯해지고, 웃을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렇게 그녀가 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어요.


그런 그녀가 말했어요.

“작가님, 브런치에는 좋은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이 많고, 그분들과 주고받는 에너지가 정말 클 거예요.

그게 사람과 글의 힘이에요. 소통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강요는 아니고.”

저는 ‘생각해 볼게요.’라고 말해두고, 조용히 댓글을 허용했습니다.


그녀가 옳았어요. 역시.

요즘 너무 추운데, 여러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의 마음과 응원을 뜨끈뜨끈한 핫팩으로 선물 받은 것 같아요.

차가운 문밖에 나설 용기를 얻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아! 울 편집장님에 대한 뒷담화는 없냐고요? 할 말 많죠. 제 책을 퀵으로 받고 난 다음에 할게요. 하하하.)


제 책 표지예요. 두근두근.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421575&memberNo=552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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