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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Apr 21. 2021

지난 삼개월간의 치료 결과

0421

‘빵점’

 

지난주 이번 주 나의 멘탈은 산산이 부서졌다. 지난 삼 개월 동안의 치료의 성적표를 받았다. 경험상 늘 열공은 성적표를 배신하지 않았기에 나름 기대를 했었다. 이번엔 정말이지 약을 단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고, 혹시나 해서 시간도 꼬박꼬박 맞춰서 먹었다. 굵은 바늘의 맞기 싫은 주사도 눈 딱 감고 괜찮다며 즐거운 상상 하며 맞았다. 의사 선생님이 하라시던 긍정적인 생각도 무지 많이 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하라고 하면 사랑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든 치료를 삼 개월이나 했는데, 왜 암은 훨씬 커지고, 왜 고통도 늘었을까? 분명 겨울까지는 누워있던 나이고, 지금은 봄이고 걷는 나인데, 결과는 왜 이렇게도 처참한 걸까…. 사실 지난주부터 왼쪽만 아프던 것이 오른쪽도 아팠기에 어쩌면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인간의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 인터넷 상의 그 수많은 글 중에 단 한 줄 “통증과 병의 상태는 다를 수도 있어요.” 하는 한 문장에 의지해 버텼다.   


백점은 아니더라도, 멋진 성적표를 들고 누군가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나 이제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자랑을 해볼까? 힘껏 몸을 날려서 안겨볼까? 머리를 쓰담쓰담 칭찬을 받아볼까? 그동안 내가 잘못한 것들 용서를 해달라고 할까? 다음 결과는 더 좋을 거라고 배짱을 부려볼까?


까만 모니터를 보면서 알았다. 누군가에게 달려갈 수 없다는 것을...


“선생님, 더 이상 치료받지 않을래요. 그동안 치료가 정말 많이 힘들었거든요. 열심히 치료를 했는데, 결과가 더 나쁘다면 치료받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다른 의사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시키는 대로 안 할 거면 다른 의사한테 가라고 그랬었는데, 이번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그저 민경 씨가 아까워서 그래요...”

선생님이 언제든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권하지 않는다고. 결과를 말해주는 선생님의 마음도 참 힘들 것 같다. 결과를 받기 전까지 나의 눈은 반짝였는데 선생님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결국 선생님은 내 눈을 맞추지 못했고, 나는 선생님이 미안하실 일이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진료실을 나왔다. 이제 치료는 끝. 도비는 자유예요!!!


그제는 마음이 패륜아가 되었다. 세상에 소리치고, 펀치를 날리고 싶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혼자 욕하는 것, 엉엉 우는 것 정도지만 말이다.  


어제는 dosii 반향이라는 앨범을 만났다. 같은 노래도 누가 불렀는지에 따라 이렇게 다르구나... dosii 몽환적이다. 온몸이 우웅 우웅 울린다. 고작 다섯 곡에 이십  정도의 앨범이었는데, 첫곡을 넘기지 못했다. ‘ 이상 내게 슬픔을 남기지 .’ 공원을 걸으면서 어어엉어엉 소리 내어 울었다. 추운데 피곤하기까지 했다.    잃어버리는 내가, 울며 걷다가 케임브리지에서     귀걸이를 떨어뜨렸다. 마지막까지도 버리지 못했던   중에 하나였는데아ㅆㅂ 진짜 여러  ㅈ같네. ㅋㅋㅋ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쓴다는  매우 위험하다. 미친 X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안에 고통과 슬픔이 가득 찼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역시 위험하다. 유명한 분이 사랑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했었는데분명 사랑이 아닌 고통과 슬픔, 날카로움을 건넬 것이기 때문에.


자… 이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인생에 평범한 순간이 있었던가… 그래, 평범한 도전을 한 기억이 없다. 늘 치열했고, 늘 절실했다.  

이제 내게 남은 사랑을 대방출하려고 한다.

아껴왔던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거 남발하려고 한다.

나에게 무언가 남은 것이 있다면 필요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다.  

예전에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선택들을 하고, 아주 더 많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해야겠다.  

아주 지멋대로 살아봐야 겠다.


사랑하는 여러분,

달려가세요.

사랑하세요.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저처럼 되기 전에 말이죠.  


어느 봄날 악착같이 걷던 나의 셀카 하나 남김.  안녕, 보고 싶은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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