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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얀마에 파견되었을 때, 매일 야근을 마치고 대궐 같은 집에 홀로 들어서면 눈물이 났다. 왜 미얀마일까... 보통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게 해주는데… 나는 1 지망에 르완다를 썼는데… 잉잉… 하며 잠들곤 했다.
파견 전에 3주간의 집중 교육기간을 마치고 OT를 갔을 때, 뒤풀이 술자리에서 면접위원님께 물었었다.
“사실… 저는 정말 르완다에 가고 싶었는데요… 왜 미얀마로 배정하신 거예요?”
면접위원님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나를 봤었다.
“면접 점수가 제일 높아서. 그래서 한국에서 가깝고, 급여도 더 많고, 다들 가고 싶어 하는 동남아시아로 배정한 거야. 멀고 위험한 아프리카도 아니고 너무 좋지 않니?”
“아… 전 르완다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요...ㅎㅎ”
그렇게 속상해하며 미얀마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왜 르완다가 아니라 미얀마일까?’ 생각했었다.
미얀마에 관해 기억에 남은 말은 ‘무서운 인연의 나라, 미얀마.’였다. 뭐 무섭기까지야...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다. 불교의 인과응보를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많았기에 외국인이 택시를 타도 바가지를 잘 씌우지 않는 나라(면접관님 말처럼 동남아시아라 가까워서 지인들이 장기간 나의 집에 머물렀고 실제로 그렇게 말하곤 했다.), 브랜드 화장품이 전 세계를 휩쓸어도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타나카 나무의 즙을 얼굴에 바르는 소박한 사람들,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던 사무소 현지 직원들, 친절한 집주인 및 다정한 동네 사람들, 야근 후 루프탑 바에서 보면 심쿵하는 양곤의 아름다운 쉐다곤 파고다, 각양각색의 5천 개가 넘는 파고다 파야가 있던 바간, 휴가를 가면 돌아오고 싶지 않는 그림 같은 인레 호수 등등. 근무하는 동안 미얀마는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소중한 인연들과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미얀마를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미얀마에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과장님이 회사를 째고 나를 만나러 왔다. ㅋㅋㅋ 내가 다음 책을 쓰고 싶으니 미얀마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하던 그녀가 입을 뗐다.
무더운 미얀마 날씨에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지치고 짜증 났던 어느 날 오후,
옆 책상에 있던 내가 “지금부터 오는 전화, 연락, 업무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고 해결할 테니까, 과장님은 나가서 노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진짜요? 하하.” 그렇게 나가서 공원에서 놀다가 쉐다곤 파고다 옆에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데, 그 순간이 그렇게 아름답고 좋았다고... 그게 자신에게 미얀마에서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았다고...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녀가 기억해 주었다.
한데 르완다에 가고 싶었으나 낯선 미얀마에 파견된 나를 인도해준 건 과장님이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제야 글로 쓴다. 미얀마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주말이면 방구석에만 있던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 준 고마운 인연.
“저는 과장님이 미얀마의 뜨겁고 습한 날씨 때문에 길가 하수구 위에 얹힌 돌이 많이 삭아서 갑자기 푹 꺼질 수 있으니 밟지 말라고, 마치 엄마처럼 제 옷을 잡아당기던 순간이 생각나요.”(물론 메디테이션 센터, 산자니보 점집, 예쁜 식당과 카페들, 띤잔 물축제, 싱가포르 여행 등 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저에게 남았답니다. ㅎㅎㅎ)
분명 우리는 미얀마에서 만난 ‘아름다운 순간’을 이야기했는 데, ‘누군가를 도왔던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던 순간들’이 남았다. 아… 누군가를 돕는 것은 아름다운 거구나... 죽기 전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던 장면에도 이런 게 보이는 거겠지?! 그렇다면 오늘 누군가를 돕지 않았다면, 기억에 남지 않을 하루를 보낸 건지도...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돕는 아리따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특히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미얀마를, 그리고 고통속에 있는 미얀마의 시민들을 좀 도와주었으면 싶다. 도움의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기도로,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후원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시위에 나감으로…
과장님이 미얀마 현지에 있는 영향력 있는 벗에게 연락을 해보니, 미얀마 사람들도 미얀마 민주화를 향한 한국의 응원에 의외지만 무척 감사한다고 했다. 그가 덧붙인 말은 이러했다. 우리가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를 지금 지켜내면 남한처럼 되겠고, 그렇지 못하면 북한처럼 되겠지... 미얀마의 일이 더욱 남의 일이 아니게 다가왔다.
과장님, 인턴으로 근무했던 ㅇㅇ씨, 현지 직원이었던 한국어를 사랑해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ㅁㅁ이 미얀마를 지키기 위한 시위에 나간다고 했다. ㅇㅇ씨가 ‘가만히 있으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뭐라도 해야 나중에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저 자신을 위해서…’라고 덧붙였었다. 우리들의 수줍은 이기적 이타심도 사랑받아 마땅하다.
ㅇ 군사 쿠데타 세력은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살인, 강도, 폭행, 구금을 멈춰야 한다.
ㅇ 군사 쿠데타 세력은 2020년 11월 총선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ㅇ 군사 쿠데타 세력은 NLD 주요 인사 및 아웅산 수치 고문을 석방해야 한다.
ㅇ 중국 정부는 군사 쿠데타 세력에 대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당장 중단하고 UN제재 성명에 동의해야 한다.
ㅇ UN은 본연의 존재 가치에 따라 국제 사회의 협조를 얻어 미얀마 평화를 위한 R2P(보호책임)을 발동해야 한다.@매주 토요일 11시-2시 명동 중국대사관 앞/ 매주 일요일 11시-2시 옥수동 미얀마 무관부 앞
주님, 오늘 제가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게 하소서.
주님,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 하루를 살게 하소서.
#SaveMyanmar #WhatshappeninginMyan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