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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 있는 <유익한 상점>의 주인장인 진아에게 소포를 받았다.
진아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포장. 종이 박스에 종이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UIK 한 권과 브로마이드 한 장. 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치관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거추장스러울 거 없고, 그저 종이로 충분하다는 거였다.
자신만의 건강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좋다.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포장재를 쓰는 아름다운 정신을 만져 보았다. 까칠하네.
<유익한 상점>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 다양한 브랜드를 지역에 소개하는 편집숍이다. 어찌 된 건지는 몰라도 UIK이라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었다. 벌써 네 번째라고 했다.
진아를 만난 건 대학교 때 라오스 의료봉사를 갔을 때였다. 그때 우리는 그저 대학생이었는데, 벌써 인도에서 6개월이나 자원봉사를 했다는 말에 ‘얘 모야?’하며 유심히 봤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누구에겐가 전해 들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진아가 <유익한 상점>이라는 가게를 열었는데, 온갖 안 팔릴 것 같은 것들만 판다고 했다. 이건 웃자고 한 이야기고. 환경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안성맞춤인 것들을 판매한다고 했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진 못했다. 그저 네이버 지도를 켜서 사진을 보거나, 다녀온 동기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반가워하곤 했다.
글을 보내고 계절이 바뀌었는데,
그제서야 보내주더니...
매거진을 받고도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이제서야 읽다니…똔똔이다.
순천의 사진들을 담은 UIK 잡지엔 여백이 많아서 편 순간, 휴식이었다.
비록 직접 여행은 못 가지만, 누워서 읽으면서 눈을 감고 머릿속 여행을 떠났다.
순천의 바람도 느껴보고,
예쁘게 포장된 생명 가득한 곡식도 만져보고,
고사리, 취나물, 머위, 참죽나물, 개두릅 같은 낯선 봄나물도 맛보았다.
그러다 눈을 뜨고 내 글 옆 내 이름에 형광펜도 칠하고, 하트랑 꽃 스티커도 붙이고, 낙서도 하고…
잡지가 술술 잘도 넘어갔다.
다음에 순천에 가면 바구니 호스텔에 묵어야겠네 라고 생각도 했다.
“이놈아! 피고 지는 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관심이지 무슨 매뉴얼이 필요하냐?”라는 내용이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유튜브 친애하는 나의 도시 - 순천편’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류이치 사카모토에 이르러서는 “이분 나랑 비슷하네… “ 하고 혼잣말을 하다가 자리에 누운 채로 구글 스피커에게 말했다.
“Hey, Google! 류이치 사카모토 들려줘~. “
“네~ 사카모토 류이치 콘텐츠를 재생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자신에게 암이 찾아오고 환경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언제 죽어도 후회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좀 더 남기고 싶다'라고 했단다. 공감했다.
그러다 인스턴트와 건상식 사이라는 글에서는 ‘풉’.
부탄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내용에 집중 못하고, 부탄에 갈 수 없는 현실에 속상해하며
선물 받은 유기농 면양말을 신고는 발꾸락을 꼼지락 거림으로 분노를 표현해 보았다.
오늘도 긴 시간 깨어있지 않았지만, UIK에 풍덩 빠졌다.
UIK 잡지를 덮었다.
순천에 다녀온 것 같다.
진아를 만나고 온 것 같다.
오랜만에 진아를 떠올려보는데, 뭐라고 할까…
애써 무언가를, 억지로, 막 하려는, 과한 느낌이 없다.
자연스러운 사람이라고 할까… 자연과 닮은 사람.
카톡을 주고받는데 그저 눈 모양 이모티콘 ^^ 만으로 충분한 사람.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밤이다.
우리가
우리 안의 자연을, 우리 밖의 자연을 지킬 수 있기를…
<유익한 상점 내부, 유익한 상점에 있는 나의 책을 라오스에 같이간 친구가 찍어서 공유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