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

엄마' 담낭암 진단을 받다 - 2019년

by 하루Haru

담낭암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서울 대형 병원으로 급하게 검사의뢰를 했다.

담낭의 경우 진행속도도 빠르고 예후가 나쁜 암에 속한다는 정보에 가족들은 더 다급해졌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일등,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의 대명사였던 엄마였기에 걱정보다는 황당함이 더 컸다. 1년마다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역시 서울 큰 병원은 다르다며 우리를 놀라게 한 지방 병원 의사의 성급함을 담소의 주제로 삼았다. 나쁘지 않을 확률이 90% 라는 (서울 대형 병원) 말에 당연스럽게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90’이라는 높은 쪽에 기대를 걸었다. 수술실 입구에서 엄마는 조금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가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 보였다.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쳤다. 살가운 말은 전혀 할 물 모르고 살았던 경상도 아줌마의 어설픈 동작에 당사자와 가족 모두의 긴장감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할 것 같은 수술이었다. 수술실로 보호자를 부르는 소리에 뭔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복강경 카메라도 확인한 상황은 의사의 10%의 가능성이었다. 복부 전체로 모래알처럼 퍼진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단다. ‘절망감’이라는 글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빠는 불쌍하다며 우셨고, 나와 동생도 울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그날의 그 순간을 나는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마취에서 깨어난 엄마에게 할 말을 고르고 골라, 몇 번을 연습했다. 너무 낙담하지 않게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적절한 단어를 고민했다. 내가 하는 말을 엄마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는 정확하게 설명을 했을까. 엄마는 온전히 이해했을까. 화자도 두루뭉술하게, 청자도 어수선하게 그 상황을 넘어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어설프기만 한 순간이었다.


‘지금 네가 겪는 이 순간이 최악일 거라 절대 장담하지 말라’는 말이 현실이 될까 봐 겁이 났다.

치료조차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까 봐. 낙담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다른 의미의 불안과 절망이 내 시간의 전부를 차지했다. 다음 일정을 듣기 위해 의사와 면담을 기다리는 진료실 앞에서 제일 많이 떨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절망적인 말은 들을 자신도, 전할 자신도 없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완치’가 아닌, ‘연명치료'의 과정임을 설명한다.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얼마나 힘든 시간이 될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엄마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소원한다.

지난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