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자신이 없다

병원생활 이제 겨우 1개월차 - 2019년 늦여름

by 하루Haru

아침에 아이를 깨워 학교를 보내고, 엄마를 지키고 있는 아빠의 점심 도시락을 챙겨 집을 나선다. 두 번의 버스를 타고, 가깝지 않을 거리를 뜨거운 여름 해를 받으며 걸어야 한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병원에 도착하려고 거리의 나무 그늘 틈을 쫓는다. 하루 온종일 병원에서 낙담한 엄마를 응원해야 한다. 낯선 병원 생활에 더 늙어버린 아빠를 챙겨야 한다. 내 마음의 상태도 모른 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할 일이 먼저였다. 매일을 어떤 표정과 말로 마음으로 늙고 연약한 부모 앞에 서야할지를 고민했다. 밖이 어둑해지면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한 달 동안의 하루는 늘 같은 모습이었다.


고단함이 사람을 얼마나 옹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알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몸과 마음이 더 아픈 사람이 있는데, 투정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머리가 알고 이해하는 일을 마음을 그렇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전업주부인 나의 시간은 당연한 것이었다, 직장에서 휴가를 받고 며칠을, 가끔을 자고 가는 동생의 간병은 고생스러운 것으로 값이 매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나에게 실망해서 비상구 계단에서 혼자 한참을 서 있었다.





서운한 생각이 든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는 것인데,

나 역시 다른 방법으로

그에 못지 않은 수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늘 ‘고생했다’는 말은 내 차지가 되지 못한다.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나의 수고와 역할이 모자랄 수도, 당연할 수도 있고,

정말 상대의 수고가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서운함은

마음의 자만과 욕심에서 나온 것이리라.

더 비우고 내려놓고

편하게 미소지을 수 있기를.

지난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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