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을 찾아서
한국 펫 시장도 커지고 있었지만, 저는 처음부터 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우키우키라는 이름 자체가 일본어잖아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 그 이름을 지을 때부터 이미 해외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도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하는 친구들을 먼저 뽑았습니다. 디자이너도 뽑았어요. 작은 회사였지만, 시선은 처음부터 밖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우키우키라는 이름이 일본어니까, 자연스럽게 일본부터 시작하려고 했어요. 일본은 펫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크고, 프리미엄 제품에 돈을 쓰는 문화가 있었으니까요. 우리 동결건조 간식이라면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쪽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다 보니, 현재도 유명한 일본 대형업체에서 콜라보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기대했어요. 드디어 일본 시장이 열리는 건가. 큰 업체랑 손잡으면 유통도 한 번에 풀릴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미팅을 해보니, 일본이름을 가진 다 한국인이었어요.
일본에서 사업하고 있는 한국 분들이었습니다. 일본 대형업체라고 해서 일본 사람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분들도 중간에서 좋은 제품을 찾고 있던 거였어요.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도 명확했습니다. 여러 번 미팅하고 알게 된 내용이었어요.
"Made in USA. 또는 Made in Europe."
Made in Korea가 아니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한국 제품 자체가 싫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국산 먹는 것을 안 좋아하는 거였어요.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은 K-브랜드로 통하는 시대였지만, 먹는 것은 달랐습니다. 먹는 것은 원래 예민한 영역인데, 반려동물이 먹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랬어요.
내 가족 같은 고양이한테 먹이는 건데, 원산지가 미국이나 유럽이면 안심이 되고, 한국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거였어요.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제품 퀄리티는 자신 있었거든요. 국내산 원재료로, 첨가물 없이, 동결건조로 만든 프리미엄 간식. 품질만 보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았어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어디서 만들었냐"가 먼저였어요. 품질이 아니라 라벨이 신뢰를 결정하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어디로 가는 게 좋은가. 어디에 베이스를 두어야 우키우키가 제대로 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그렇게 몇 달을 고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미국에 베이스를 두면 유럽도 편하고, 한국도 편하고, 일본도 편했습니다. Made in USA라는 태그 하나면, 그동안 막혀 있던 문들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미국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큰 펫 시장이기도 했으니까요. 정했어요. 미국으로 가기로. 문제는 방법이었어요.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 집에 가서 말씀을 드려봤는데, 며칠 뒤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대사관에 한번 연락해보라고요. 그래서 미국 대사관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담당자를 찾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지원이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건 KOTRA에서 진행하는 거지, 대사관에서 하는 게 아닙니다.
끊겼습니다. 역시나 정문이 안 열렸습니다. 미국 대사관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어디로 연결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정문이 안 열렸습니다. 미국 대사관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어디로 연결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상담원분은 KOTRA로 가라고 하셨는데, 저는 KOTRA와 연락을 많이 했었고, 그냥 미국 법인 설립건에 관해 이야기 해주더라구요. 직접 미국 쪽과 연결되고 싶었어요. 중간 단계 없이, 직접.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대사관에 연락할 때 미국과 캐나다 모두 연락했어요. 예전에 유학했던 캐나다가 떠올랐거든요. 혹시 캐나다 쪽은 문이 열리지 않을까.
캐나다 대사관 담당자분과는 연락이 됐어요. 담당자분이 미팅을 잡아주셨고, 대사관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제 현황을 말씀드렸어요. 한국에서 고양이 동결건조 간식을 만들고 있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지금은 일본, 싱가포르 쪽을 보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북미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담당자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많은 지원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캐나다도 펫 시장이 큰 나라니까요.
감사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제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미국이 있었습니다. 물론 캐나다 대사관에도 그 이야기를 드렸었어요. 그리고 담당자분은 다양한 방법들과 미국에서 펫 관련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을 메일 등을 통해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또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캐나다 대사관 분에게서 이메일이 도착했어요.
"판교에서 행사가 하나 있는데, 다양한 대사관들이 참여해요. 미국 대사관도 오시니 관심 있으시면 신청해보시죠!"
리스트를 보내주셨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멈췄어요. 미국 대사관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신청했습니다. 무료였어요. 너무 좋았습니다. 혼자 갔어요. 판교에 있는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각 나라 대사관 담당자분들이 자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들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기본 발표는 영어로 진행됐어요. 초집중해서 알아듣는 척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사관 차례가 되었을 때, 발표자분이 American Dream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다 못 알아들었습니다. 단어 몇 개만 귀에 걸렸어요. Opportunity. Growth. America.
그런데 이상하게, 그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가면 뭐든 될 것 같았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힘이 있잖아요. 말은 못 알아듣는데, 심장이 뛰고 있었습니다.
저기 가야 한다. 저 시장에 우키우키를 가져가야 한다.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발표가 끝나서 발표자분이 갑자기 자리를 떠나셨어요.다음 일정이 있으셨나 봐요.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저분이 나가시면 끝이었으니까요.
다시 미국 대사관 문을 두드려봤자 "KOTRA에 가세요"라는 말만 들을 거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분을 향해 뛰어갔어요.
뒤돌아보셨습니다.
"I'm a startup CEO in Korea. I make premium freeze-dried treats for cats. I want to bring my business to the United States. I'm looking for a way."
영어가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었어요. 문법이 맞는지, 발음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 건지. 그냥 아는 단어 다 끌어모아서 쏟아냈습니다.
그분이 웃으시면서 영어로 말씀하셨어요.
"명함 주세요. 연락드릴 테니 다음에 대사관에 방문하세요." 명함을 건넸습니다. 손이 떨렸어요.
돌아오는 길, 꿈만 같았습니다.
미국 대사관 정문으로는 안 열렸던 문이, 캐나다 대사관을 거쳐, 판교 행사장에서, 뛰어가서 잡은 한 사람을 통해 열리려 하고 있었어요. 뛰어가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글은 매주 일요일 1회 연재됩니다.